“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적대적인 관계를 피하는 열쇠는 양쪽 모두에 득이 되도록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1999∼2006년)와 미국 재무장관(2006∼2009년)을 지낸 저자 헨리 폴슨 주니어의 말이다. 그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해 ‘방화범이자 소방관’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금융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2011년)도 그를 책임져야 할 사람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이런 선입견을 지우면 ‘중국과 협상하기’는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갈등에 대한 해법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원제는 ‘Dealing with China’.
그의 ‘훈수’는 글로벌 기업 CEO이자 미국 경제정책의 책임자로 중국과의 산전수전 끝에 얻어진 것이다. 25년간 100차례 넘게 중국을 방문한 그는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국가주석 3명을 비롯해 중국 경제 엘리트들과 폭넓게 교류해 왔다.
2006년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첫 중국 방문에서 그는 누구를 가장 먼저 만나야 할지 고심했다. 그의 선택은 당시 저장성 서기였던 시진핑이었다. 이후 폴슨과의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후진타오 주석과의 면담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시진핑 역시 미 재무장관이 첫 중국 방문에서 가장 먼저 자신을 만난 것을 고마워했다고 한다.
저자가 주도했던 중국 기업의 민영화와 글로벌화, 대학 개혁, 미중 경제 협상 등의 사례도 다뤘다. 최고위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뒷얘기와 중국을 움직이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흥미롭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에게 “가장 큰 악몽이 무엇이냐”고 묻자 후 주석은 “매년 25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에 서방의 은행가로 ‘자본주의의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를 자처하는 저자의 주장은 명확하다. 중국의 번영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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