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골드만삭스 CEO는 중국을 어떻게 설득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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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협상하기/헨리 M 폴슨 주니어 지음·고기탁 옮김/616쪽·2만5000원·열린책들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적대적인 관계를 피하는 열쇠는 양쪽 모두에 득이 되도록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1999∼2006년)와 미국 재무장관(2006∼2009년)을 지낸 저자 헨리 폴슨 주니어의 말이다. 그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해 ‘방화범이자 소방관’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금융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2011년)도 그를 책임져야 할 사람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이런 선입견을 지우면 ‘중국과 협상하기’는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갈등에 대한 해법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원제는 ‘Dealing with China’.

그의 ‘훈수’는 글로벌 기업 CEO이자 미국 경제정책의 책임자로 중국과의 산전수전 끝에 얻어진 것이다. 25년간 100차례 넘게 중국을 방문한 그는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국가주석 3명을 비롯해 중국 경제 엘리트들과 폭넓게 교류해 왔다.

2006년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첫 중국 방문에서 그는 누구를 가장 먼저 만나야 할지 고심했다. 그의 선택은 당시 저장성 서기였던 시진핑이었다. 이후 폴슨과의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후진타오 주석과의 면담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시진핑 역시 미 재무장관이 첫 중국 방문에서 가장 먼저 자신을 만난 것을 고마워했다고 한다.

저자가 주도했던 중국 기업의 민영화와 글로벌화, 대학 개혁, 미중 경제 협상 등의 사례도 다뤘다. 최고위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뒷얘기와 중국을 움직이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흥미롭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에게 “가장 큰 악몽이 무엇이냐”고 묻자 후 주석은 “매년 25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에 서방의 은행가로 ‘자본주의의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를 자처하는 저자의 주장은 명확하다. 중국의 번영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중국과 협상하기#헨리 m 폴슨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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