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어머니, 도망친 아내, 뺑소니를 당한 하나뿐인 딸. 하나만 일어나도 비극인 상황이 2일 개봉한 영화 ‘오! 문희’ 속 두원(이희준)에게는 모두 현실이다. 두원이 자리를 비운 한밤 중 어머니 오문희(나문희)와 두원의 딸 보미(이진주)가 함께 외출했다가 뺑소니 차량이 보미를 치고 달아난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치매 환자 문희와 이들이 키우는 강아지 ‘앵자’ 뿐.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에 두원은 문희와 직접 뺑소니범을 찾아 나선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 두원을 연기한 배우 이희준(41)을 4일 화상으로 만났다.
“두원은 저보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촬영을 하다 두원의 집에서 낮잠을 자고 눈을 떴는데 ‘이게 만약 현실이라면?’ 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저도 9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아이 안고 1시간 서 있는 것도 힘들거든요. 저라면 너무 막막할 것 같았어요. 두원은 이 상황을 버티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로 영웅인 것 같아요.”
그는 두원을 연기하기 위해 치매에 걸린 부모를 모시는 분을 찾아가기도 했다. 치매 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무게인지 체감하기 위해서였다.
“두원의 집으로 섭외된 장소의 주인인 50대 아저씨가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계셨어요. 감독님에게서 그 얘기를 들은 다음 날, 수박 한 통을 사 들고 충남 논산의 아저씨 댁을 찾아갔죠. 맥주 한 잔 하며 치매 부모님을 모시는 삶에 대해 들었어요. 자다가 새벽에 갑자기 뛰어나가시는 부모님을 아저씨가 데려와 눕히는 것도 옆에서 보고요. 두원을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에요.”
이희준은 카메라 밖에서도 나문희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실제 모자 같은 ‘케미’가 구축됐기에 애드립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식당에서 두원이 문희에게 ‘이제 어떡하죠?’라고 묻는 신이 있어요. 촬영 때 선배님께서 동그랑땡을 제 입에 넣어 주셨어요. 대본에 없던 애드립이었죠. 당황하다가 저도 동그랑땡을 같이 입에 넣어드렸어요. 입가에 묻은 걸 닦아드리기도 하고요. 영화를 본 분들이 가장 가슴 아린 장면이었다고 많이들 말씀해주셨어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대통령 경호실장, ‘1987’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취재하는 기자 등을 연기한 이희준은 늘 ‘가슴이 뛰는 대본’을 택한다.
“소속사에서 출연을 반대하더라도 제가 꽂히면 대표님을 설득해서라도 출연해요. ‘다음엔 어떤 역을 해야지’라고 계획하기보다 그 순간 제 마음이 향하는 작품에 집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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