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얼굴은 건물 외벽이다. 외벽에 어떤 이미지를 걸어 놓느냐에 따라 백화점의 첫인상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백화점 외벽을 고가의 명품 브랜드나 패션모델들로 꾸몄지만, 최근에는 귀엽고 재미있는 표정의 캐릭터들이 차지하고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를 앞세워 고객과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전국 15개 현대백화점 외벽을 차지하고 있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강아지 캐릭터 ‘흰디(Heendy)’가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와 콜라보로 탄생한 ‘흰디’
흰디는 지난해 3월 현대백화점 디자인팀 디자이너들이 기획해 만든 강아지 모양의 캐릭터다. 디자인에는 독일 일러스트 작가 크리스토프 니만도 참여했다. 니만은 디자인계에서 세계적인 권위가 있는 ‘뉴욕 아트 디렉터스 클럽 어워드’를 여러 차례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과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그가 에르메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국내 기업과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의 영문 이니셜 초성인 ‘H’와 ‘D’를 활용해 이름을 지은 흰디는 영국이 원산지인 웨스트 하이랜드 화이트 테리어 견종을 모델로 만들었다. 흰디는 모든 일에 끼어들기를 좋아하며, 천진난만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다. 흰디를 기획한 박이랑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디자인팀 총괄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근함을 줄 수 있도록 강아지를 활용한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며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표현하고자 흰색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요즘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의 화두는 이미지와 동영상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로 고객들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비주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박이랑 총괄은 “흰디는 SNS로 적극 소통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4년생)를 겨냥해 만들어졌지만, 친근한 이미지여서 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든 세대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백화점을 ‘흰디 테마파크’로
현대백화점은 흰디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핵심 메시지는 ‘재미’와 ‘힐링’이다. 지난 5월에는 ‘피크닉’을 주제로 흰디와 친구들이 백화점에서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거나 꽃구경을 하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7월에는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는 흰디로 백화점을 꾸몄다. 9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고객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흰디를 활용한 굿즈(상품)에 대한 고객들 반응은 좋다. 현대백화점은 흰디 론칭 이후 동전지갑, 에코백, 손 선풍기, 행주 등 20여 종의 굿즈를 선보였다. 품목별로 1만개 가량 만들어 사은품으로 증정하거나 판매했는데, 대부분의 물량이 3일 안에 소진됐다. 수익금은 유기견 지원에 사용됐다.
현대백화점은 흰디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나선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즐거움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겠다는 취지다. 오는 10월 흰디가 춤을 추는 15초짜리 짧은 영상을 시작으로, 흰디의 일상을 재미있게 들여다보는 ‘페이크 다큐’, 흰디의 모험을 담은 장편 애니메이션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흰디 디자인에 참여한 독일작가 크리스토퍼 니만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다”며 “흰디를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와 힐링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돼 매우 뜻 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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