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서양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두 핵심 축은 로마제국과 기독교다. 로마제국 초기 핍박받던 기독교는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공인, 391년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국교로 선포하며 제국 심장부에 들어섰다. 기독교라는 사상적 토대 위에 제국은 성장했다.
책은 서양 세계관을 관통하는 기독교의 역사를 조명하며, 오늘날 이 종교가 어떻게 지배적 위치에 서게 됐는지 살폈다. 근대 이후 수세기 미국과 유럽이 세계 패러다임을 주도한 것을 생각하면 기독교에 대한 이해는 세계를 이해하는 시작이다.
‘루비콘’ ‘페르시아 전쟁’ ‘이슬람제국의 탄생’ 등 굵직한 논픽션, 역사서를 펴낸 저자는 어려서부터 품은 기독교의 비합리성에 대한 의구심에서 펜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시적으로 파헤치는 것은 세계에 대한 이해이자 자신에 대한 이해이기도 했다. ‘서유럽인이라는 사상적 틀’의 한계에 갇혀 사고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기독교의 영향이 컸다.
언뜻 보기에 종교의 대척점에 있는 계몽주의, 합리주의 철학도 기독교의 저변에서 만들어졌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래서 책은 모순 역설 갈등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통해 전개된다. 성서적 가르침과 성인(聖人)의 행적을 따라가는 기존 기독교사 책과 차별화했다.
약 2500년의 기독교 역사는 시간 순으로 고전 고대, 기독교 세계, 모데르니타스(근대 이후)로 구분된다. 21개 장별로 특정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을 따라 전개된다. 11장 ‘육체’에서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불거진 남성과 여성 육체에 대한 모순적 신념, 13장 ‘종교개혁’에서는 1520년 독일 비텐베르크에서 일어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그렸다. 20장 ‘사랑’의 비틀스가 마틴 루터 킹 목사에 동조하며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라고 외친 일 등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장마다 시공간이 왔다 갔다 하나 한 이야기처럼 유기적으로 읽힌다.
무신론자나, 기독교를 ‘파괴적’이라고 일갈하는 이조차 좋든 싫든 기독교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리스도의 홍수 같은 물결”이 휩쓸고 사라지는 와중에도 “서로 사랑하라”는 말이 많은 사람의 가슴에 남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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