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다음 주로 다가왔군요. 여러 가지로 불안한 가을이지만, 마음만큼은 푸근한 한가위 맞이하시길 기원하며 달을 나타낸 음악 작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은 ‘월광’, 달빛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죠. 베토벤이 붙인 제목은 아닙니다. 독일의 시인이자 음악평론가였던 프리드리히 렐슈타프가 이 곡을 듣고 ‘달빛 비치는 스위스의 루체른 호수에서 물결에 흔들리는 작은 배 같다’고 말한 게 제목처럼 불리고 있습니다. 루체른은 오늘날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한층 더 친숙해졌죠. 매년 여름 이곳에서 루체른 음악 축제가 열립니다.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불러 모은 ‘오케스트라의 올스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특히 유명합니다.
비슷한 이름으로 불리는 피아노곡에는 드뷔시의 피아노곡 ‘달빛’도 있습니다. 드뷔시가 불과 스물세 살 때 쓴 피아노 작품집 ‘베르가마스크(베르가모풍) 모음곡’의 세 번째 곡입니다. 베르가모는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도시입니다. 19세기 중반의 오페라 작곡가 도니체티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죠. 올해 2월 말에 이곳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뉴스를 탔지만,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너무도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 도시에서 태어난 도니체티에게는 필생의 라이벌이 있었죠. 네 살 아래였던 작곡가 벨리니였습니다. 두 사람의 경쟁은 벨리니가 불과 서른네 살 때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그 벨리니도 달을 노래한 아름다운 가곡 ‘은빛으로 빛나는 달이여’를 남겼습니다.
달을 노래한 곡으로 사랑받는 노래 중에는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에 나오는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루살카는 체코 전설에서 물에 사는 요정입니다. 줄거리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와 비슷합니다. 물에 사는 요정이 인간을 사랑하는데, 인간이 되면 말을 할 수 없게 되죠. 그래도 루살카는 인간이 되길 택합니다. ‘달에게 바치는 노래’는 오페라 초반에서 요정이 달을 보면서, 자기의 사랑을 임에게 전해달라며 부르는 아리아입니다. 소박하지만 잊히지 않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갖고 있습니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는 달과 관련된 노래를 여러 곡 남겼습니다. ‘달에게’라는 노래만 해도 다섯 곡입니다. 시인 횔티의 시에 곡을 붙인 게 가장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피아노의 반주 음형이 베토벤 월광 소나타와 묘하게 닮았습니다.
차이콥스키 발레 ‘백조의 호수’는 2막의 ‘정경’ 장면이 유명합니다. 여주인공 오데트 공주와 시녀들이 저주를 받아서 백조로 변하는데, 사냥을 나온 지크프리트 왕자가 달빛 아래서 이 백조의 무리를 만나는 장면입니다.
달을 직접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쇼팽 피아노협주곡들의 느린 악장도 달을 생각나게 합니다. 영화 ‘트루먼 쇼’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공으로 만든 세트 안의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사랑에 눈뜨는 해변 장면에 나왔던 음악이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 2악장입니다.
쇼팽은 피아노협주곡을 두 곡 썼죠. 두 곡 모두 쇼팽이 스무 살 때인 1830년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두 곡은 쇼팽이 바르샤바 음악원 동기생 콘스탄차를 짝사랑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제 느낌에는 2번 협주곡의 2악장이 더 달빛 같습니다. 달빛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곡들은 유튜브 채널 ‘유윤종튜브’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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