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은 죽느냐 사느냐를 고민했지만 이 시대 청년들은 별다른 선택지도 없고 삶 자체가 너무 힘듭니다. 이들을 위로해 주고 싶어요.”
창작발레 ‘햄릿의 방’에 햄릿 역으로 출연하는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61·사진)가 말했다. 서울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26일 오후 8시 공연하는 이 작품은 그의 제자인 한혜주의 장편 안무작이다. 햄릿을 현대의 청년으로 설정해 갖은 폭력으로 고통스러워하지만 유령의 목소리를 듣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차츰 삶에 대한 감각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스승이 제자의 공연에 출연하는 경우는 드물다. 조 교수는 이전에도 제자의 무대에 섰다.
“스승과 제자는 같이 춤추는 관계예요. 제자들, 그러니까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는 게 제가 할 일이고요.”
그는 청년들이 코로나19로 더 힘들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청년들은 갈 곳도 없고, 원하는 걸 하기도 어렵습니다. 전염병은 저를 포함해 기성세대가 지구와 동식물에게 가한 잘못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도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다. 공연장은 400석이지만 무용수와 스태프를 포함해 모두 50명만 들어갈 수 있어 관람은 30명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관객을 초대해 열게 됐다. 그래도 그는 희망을 얘기했다.
“아프다는 건 살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이잖아요. 지구가 제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절규하는 거니까요. 생명을 살리겠다는 간절한 염원을 무대를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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