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OAL(올)’의 김윤미 대표(46)가 영화 ‘디바’(23일 개봉) 기획에 착수한 2015년 이래 투자배급사나 매니지먼트사로부터 숱하게 들은 말이다. 여배우 혼자 끌고 가는 영화인 데다 소재는 한국영화에서 다룬 적 없던, 비인기종목 다이빙.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가 손을 놨다면 디바는 ‘시나리오는 재미있는데 제작은 어렵다’는 이유로 엎어진 많은 프로젝트 중 하나였을 운명이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 대표는 디바에 쏟아지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 정면 돌파한 이야기부터 했다.
“1년 넘게 캐스팅은 안 되고, 메이저 투자배급사 모두 퇴짜를 놨어요. 출연을 고사한 배우 (신)민아의 소속사 대표를 1년 뒤에 또 찾아가 ‘왜 민아여야 하는지’를 설명했죠. 한국투자파트너스가 1000억 원 규모 영화펀드를 조성했다기에 일면식도 없는 그 회사 이지수 수석을 찾아가 시나리오를 보여드렸어요. ‘도전적인 영화’라며 투자를 결정하시더군요.”
‘신민아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디바처럼 2013년 설립한 영화사 올이 내놓은 영화 세 편 모두 주인공은 여성이다. 이 배우들은 그전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첫 영화 ‘날, 보러와요’(2015)에서 코믹하고 섹시한 이미지의 강예원은 정신병원에 감금돼 폭력에 시달리다 복수하는 ‘수아’ 역을 맡아 광기와 분노를 넘나들었다. 지난달 개봉한 ‘오케이 마담’에서 주인공 엄정화는 배우 경력 처음으로 액션을 선보였다.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만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같은 이야기더라도 주체가 남자 캐릭터인 경우가 많았기에 여자 캐릭터가 중심인 시나리오에 눈이 갑니다. 첫 작품인 웹드라마 ‘먹는 존재’도 여자 백수라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폭력의 피해자로 그치지 않고 복수의 주체가 되고, 하이킥을 날리며 테러범을 잡는 여성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시나리오 작업도 했던 김 대표는 2000년 메가박스 씨네플렉스 매니저로 영화계에 들어와 상영관별 영화시간표 짜는 일부터 했다. 쇼박스 배급팀, ‘영화사 구안’ 투자배급실장, CJ CGV 아트하우스 영화배급실장 등을 거치며 영화의 상업성을 고민했다.
“매니저 시절 ‘봄날은 간다’를 제일 큰 상영관에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봄날은 간다가 큰 상영관에, ‘조폭마누라’는 중급 상영관에 걸렸는데 봄날은 간다는 객석의 20%만 차고, 조폭마누라는 매진이었어요. 봄날은 간다가 제게는 더 ‘영화다운 영화’였는데 말예요. 시대가 원하는 작품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 계기였죠.”
이런 고민은 비상업적 영화에 상업성을 더하는 그의 동물적 감각을 키웠다. ‘오케이 마담’은 여성 코믹 액션에 비행기 안이라는 공간적 재미를 더했고, 시나리오에서는 연극배우이던 디바의 주인공은 다이빙 선수로 바꿨다. 제작비 10억 원을 들인 ‘날, 보러와요’는 관객 106만 명으로 손익분기점(60만 명)을 넘겼다.
“당신 돈으로 나만의 예술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스태프 100여 명이 수십억,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드는 종합예술인 만큼 제작자는 ‘예술’을 하려는 감독과 ‘돈’을 벌려는 투자자 사이를 현명하게 조율해야 합니다.”
김 대표가 ‘인생에 한 번뿐인 경험(Once in A Lifetime)’의 영어 앞 글자를 따 지은 회사이름 올에는 그 경험을 영화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김 대표는 멜로와 공상과학(SF)을 넘나드는 장르에 도전하려고 한다.
“젊은 신부와 유부녀가 사랑에 빠지는 멜로를 준비 중이에요. ‘초인’이라는 제목의 SF도 기획개발 중이고요. 바라는 거요? 신민아의 여우주연상 수상요. 하하. 용기 있는 도전이 제대로 평가받고, 그 평가가 제2의 도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영화사 OAL(올)’ 김윤미 대표는…::
△2000∼2007년 메가박스 씨네플렉스, 쇼박스 배급팀, MK픽쳐스 근무 △2008년 영화사 구안 투자배급실장 △2011년 타임스토리 투자팀장 △2012년 CJ CGV 아트하우스 영화사업팀장 △2013년 영화사 올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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