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는 과연 ‘공정’한가? …DBpia, 능력주의 관련 논문 20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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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6일 1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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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에 따라 보상하는 능력주의, 만능 아냐 … 노력하는 ‘기회’조차도 ‘특권’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받는 ‘능력주의’(meritocracy)는 정말로 ‘공정’한 것일까? 오늘날 상식으로 여겨지는 능력주의에 반론을 제기한 논문들을 DBpia(디비피아)에서 소개해 눈길을 끈다. 서울시립대 박효민 교수는 2019년 말 한국사회학회 사회학대회에서 발표한 ‘능력주의를 넘어서: 능력주의의 한계와 대안’ 논문에서 능력과 노력이라는 것이 오로지 개인의 것으로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하며 능력주의의 불공정함을 지적했다.

인간의 자유 옹호하는 능력주의, 불평등 정당화 논리로 남용
논문은 한 사회에서 가치 있게 취급되는 능력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회’ 자체도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며, 기회의 평등이나 과정의 공정함을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박 교수는 논문의 말미에서 인간의 자유를 옹호하는 장점을 지닌 능력주의가 사회의 ‘불평등’의 정당화해 역설적으로 인간 개인의 삶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능력주의의 무조건적인 맹신을 경계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DBpia의 논문읽기 캠페인을 위한 ‘지식누림’ 코너에 ‘공정성’을 주제로 한 읽어 볼만한 국내논문 20편 중 하나다. 논문은 △공정성의 정의와 이론적 논의 △공정함과 불평등 인식의 결정요인 △공정성과 관련한 청년, 입시, 취업, 인간관계, 계층이동 이슈 등을 다루고 있다. DBpia 측은 홈페이지 회원으로 가입하면 10월 1부터 11월 30일까지 지식누림 코너의 논문 원문 열람과 다운로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청년의 ‘공정성 인식’ 다룬 논문 읽어볼 만
공정성과 관련된 청년들의 인식을 확인하고 싶다면, 중앙대 이희정 연구자의 논문 ‘청년층 계층인식 변화가 공정성 인식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읽어볼 만 하다. 청년을 한데 묶어 분석하는 기존의 한계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 계층, 거주지의 수도권/비수도권 여부, 부모와 동거여부 등에 따른 청년의 공정성 인식을 세밀하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능력주의의 정점에 있는 사법시험 합격자 수험기를 분석한 ‘고시패스의 욕망과 수험의 페이션시(patiency): ≪고시계≫(1980~2018년) 사법시험 합격 수기를 중심으로’ 논문도 흥미롭다. 사법시험 준비과정에서 수험생이 보여주는 인내와 욕망의 역동성을 조명하며 이를 통해 법조인들이 사법시험이라는 ‘능력주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정당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인공지능(AI)의 차별문제의 해결을 다룬 ‘차별에서 공정성으로: 인공지능의 차별 완화와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방안’ 논문도 눈에 띈다. 인공지능의 차별문제 해결을 위해 윤리와 가이드라인의 준수 필요성, 궁극적으로 이른바 ‘선한’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연구개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DBpia의 지식누림 담당자는 “8월 지식누림의 주제였던 ‘차별’의 짝을 이뤄 이번에는 작년과 올해 내내 한국사회 이슈의 한가운데 있었던 ‘공정성’을 주제로 선정했다”며 “공정성과 능력주의와의 관계, 공정성을 둘러싼 청년들의 인식 등 공정을 연구한 연구자들의 통찰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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