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풍각쟁이’ ‘고향’ 등으로 우리 시대에 만요(漫謠) 붐을 일으켰던 소리꾼 최은진이 따끈한 신곡을 들고 돌아왔다.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탓에 온 세계가 우울에 빠진 2020년. 최은진은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건 사람들이 연대하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신곡 제목도 ‘행운바이러스’다. 연극연출가 김진우씨와 작사,작곡을 함께 했다. 코로나에 지친 동시대인들에게 스스로가 행운이 돼 희망을 주는 노래를 만들어보자는 이들의 간절함이 신곡 ‘행운 바이러스’에 오롯이 담겼다.
신곡은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 복합문화공간 ‘과수원’에서 열린 1930년 경성의 만요를 듣는 자리를 표방한 콘서트에서 발표했다. ‘행운 바이러스’ 음원은 29일 현재 유튜브(은진TV)에 공개했고 영상본은 10월 말에 공개될 예정이다.
곡을 만든 김진우와 최은진 모두 연극계를 중심으로 음악 문학 등의 장르를 오가며 작업해온 예인들이다. 무대에 서야 할 예인들에게는 더욱 막막했던 2020년 여름. 김진우가 처음 들고 온 제목은 ‘기다렸어요’ 였는데 최은진이 ‘행운 바이러스’로 바꿨다. “이제야 오셨네요. 어디 갔다 오셨나요”로 시작하는 가사는 서정성이 넘친다. ‘만세불망만사지’로 시작되는 후렴구는 인내천의 동학사상을 담은 ‘영세불망만사지’를 최은진이 재해석한 구절이란다. ‘평생토록 생각을 잊지 않으면 만사를 행할 때 세상과 우주의 이치에 조화로울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가수 최은진 <사진 :이환 작가>만요는 익살과 해학을 담은 우스개 노래로,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서 발생한 코믹송 장르다. 1930년대의 주류 대중음악은 트로트나 신민요였지만 만요는 일상의 소소한 내용을 가볍고 자유로운 가사에 담아 인기를 유지했다. 여기에는 억압적 식민 통치 사회에서 뒤틀림과 풍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진 :이환 작가>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헌법재판소가 바라다보이는 작은 골목에 자리한 카페 ‘아리랑’. 이 곳은 2004년부터 이어져온 최은진의 아지트이자 많은 문화예술인과 출판인들의 사랑방이다. 지금은 내년 봄 재오픈 예정으로 개축중이다.
<사진 :이환 작가>오다가다 풍각쟁이가 보고 싶으면 들르는 ‘풍류 좀 아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최은진은 매일같이 바라보는 헌법재판소 건물에서 영감을 받아 2018년에는 아예 ‘헌법재판소’를 주제로 한 앨범을 내기도 했다.
<사진 :이환 작가>최은진은 1960년 인천 출생이다. 2003년 나운규 탄생 100주년 기념음반 ‘다시 찾은 아리랑’(신나라레코드)를 시작으로 2013년 앨범 ‘풍각쟁이 은진’(비트볼), 2018년 앨범 ‘헌법재판소(수류산방) 등을 냈다. 2014년에는 저서 ’머리에 꽃 이고 아리랑‘을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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