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다?’ 어렸을 적부터 귀에 박히듯 들어오며, 인류의 우수성을 공인하는 듯한 이 명제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책에 따르면 이는 반드시 참일 수 없다.
인류는 가장 우수한 개체도 아니며, 가장 진화한 종도 아니라는 것. 일례로 인류의 허파는 조류의 허파 능력을 따라갈 수 없고, 직립보행 진화는 심장병, 난산(難産)과 요통을 불러왔다. 침팬지의 길쭉한 손 모양이 인간의 손 모양으로 진화한 게 아니라, 인간의 손에서 침팬지의 손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소개된다.
분자고생물학, 동물의 골격 진화를 연구한 저자는 결국 책에서 인간 역시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진화는 전진도 하고 후진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철저히 자연선택 진화론에 입각해 여러 가지 진화 이야기를 소개한다. 자원이 한정된 지구에 생명체가 사는 것을 입시에 비유했다. 당연히 생존경쟁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필수가 됐다.
책은 생물학이나 진화론의 문외한이 보기에도 어렵지 않다. 복잡한 수식과 설명보다는 간결한 문장, 가설, 예시로 풀어냈다.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다 갈래가 여기저기로 뻗어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독자에게 진화의 기로에 선 한 생명체의 무수한 선택 과정과 알고리즘을 보여주고 있다. 인류가 밟아온 진화의 길이 최고라는 허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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