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1970년대에 여러 매체에 쓴 글을 묶었다.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은 장점이다. 집약된 주제가 없다는 점은 단점이다. 번역 문장으로도 전달되는 세이건의 유려한 문장은 장점이다. 이 책 이후 반세기 가까운 과학적 발견들을 담지 못한 점은 단점이다.
우리말 부제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는 2부 ‘역설가들’을 겨냥한다. 저자가 말하는 역설가(paradoxer)는 ‘입증되지 않은 교묘한 설명과 쉬운 용어로 그럴듯하게 과학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뜻한다. 유체이탈, 예지몽(夢), UFO, 인류의 외계인 조상, 버뮤다 삼각지대 등 사실보다 ‘현대 전설’에 가까운 얘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저자는 최대한 합리적으로 반박한다. ‘반(反)유사과학’에 관한 한 세이건의 후예라 할 만한 리처드 도킨스보다 문장은 덜 공격적이다.
예를 들어, 유체 이탈을 증명하려면 다른 사람이 높은 선반에 올려둔 책의 제목을 유체 이탈 중 읽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실험을 통과한 ‘유체 이탈자’는 없었다. 외계인에게 납치된 듯이 감쪽같이 사라진 배나 비행기는 많지만 기차는 없다. 이유가 뭘까? 기차는 바닷속 깊이 가라앉는 일이 없다.
세이건 고유의 영역인 ‘별과 우주’는 3부에서 5부 사이에 집중된다. 태양계 행성에 대한 탐사를 다룬 부분은 시간이 흐른 만큼 정보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저자는 매리너 우주선이 화성 궤도를 돌며 찍은 사진들의 해상도에 감탄한다. 무인탐사선이 화성 표면에서 채집한 정보는 책에 들어 있지 않다. 책에 나오지 않지만 첫 화성 탐사차량 소저너는 세이건이 죽은 다음 해인 1997년 화성에 착륙했고, 모선(母船) 패스파인더와 함께 ‘칼 세이건 추모기지’로 불렸다.
책 제목은 직관적이지 않다. 대뇌의 ‘브로카 영역’으로 익숙한 브로카는 19세기의 신경학자로 수많은 사람의 뇌를 수집했다. 브로카 자신의 뇌도 파리 인류학박물관의 포르말린 액 속에 담겨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