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배우 숀 코너리 별세
우유배달-트럭운전 하다 연기자로… 007시리즈 첫 작품 등 7편서 주연
오스카 조연상… 기사작위도 받아
‘가장 섹시한 남성’으로 꼽히기도
007 시리즈의 일곱 번째 영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년)에서 제임스 본드 역의 숀 코너리가 총을 겨눈 장면.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영원한 제임스 본드’ 배우 숀 코너리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BBC는 “코너리가 바하마 나소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나소는 코너리가 출연한 007 시리즈 중 하나인 ‘선더볼 작전’ 촬영지다.
1930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난 그는 공장 노동자 아버지, 청소부 어머니를 뒀다. 13세에 학교를 그만둔 뒤 해병대에 입대하기 전까지 우유 배달부터 관(棺)에 광택을 내는 일, 벽돌공까지 닥치는 대로 일했다. 위궤양으로 3년 만에 제대한 후에도 트럭운전, 안전요원 등을 하며 지냈다. 축구에 재능이 있던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 제의를 받았지만 연기자의 길을 택했다.1954년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해 첫 주연을 맡은 BBC 드라마 ‘블러드 머니’(1957년)로 경력을 쌓았다.
코너리는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007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그는 1962년 제작된 007 시리즈 첫 작품 ‘007 살인번호’(Dr.No)를 시작으로 ‘위기일발’ ‘골드핑거’ ‘선더볼 작전’ ‘두 번 산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까지 모두 7편에서 본드 역을 맡았다. 리처드 버턴, 캐리 그랜트가 본드 역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당시 제작자의 아내가 무명에 가까웠던 코너리가 적임자라고 설득했다. 플레밍은 코너리가 본드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지만 화면 속 그를 보고 바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50여 년에 걸쳐 제작된 24편의 007 시리즈에서 피어스 브로스넌, 대니얼 크레이그 등 6명이 본드를 연기했지만 코너리는 단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본드 연기는 세련되고 능글맞으면서도 유머감각을 지닌 매력적인 스파이의 기준을 확립했다.
2000년 코너리는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인 퀼트를 입고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동아일보DB
언터처블로 1988년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2개의 영국아카데미상(BAFTA), 3개의 골든글러브상을 받았다. 2000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06년 공식 은퇴했다. 1989년 59세에 미국 피플지가 선정하는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성’으로 뽑혔고 상당 기간 이 순위의 상위권에 오르며 나이 든 남성도 매력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지지하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6대 본드를 연기한 크레이그는 코너리에 대해 “시대와 스타일을 정의한 인물”이라며 “그가 스크린에서 보여준 재치와 매력은 메가와트 수준으로, 현대 블록버스터를 창조하는 데 일조했다”고 추모했다.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전설적인 배우를 기린다. 그는 우리 영화공동체와 삶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고 애도했다. 코너리는 호주 출신 배우 다이앤 클라이언토와 결혼했지만 이혼했다. 이후 재혼해 유족으로는 아내 미슐린 로크브륀과 두 아들 제이슨 코너리, 스티븐 코너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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