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 맞은 청록파 시인
고려대 박물관서 육필원고 등 전시
교정본 추정 ‘지훈시초’ 첫 공개
13일 기념축제서 문학세계 재조명
“조 군의 회고적 에스프리는 애초에 명소고적에서 날조한 것이 아닙니다…시에서 것과 쭉지를 고를 줄 아는 것도 天成(천성)의 기품이 아닐 수 없으니 시단에 하나 ‘新古典(신고전)’을 소개하며…쁘라보우!”
정지용 시인은 1940년 ‘문장’ 2월호 추천 시 ‘봉황수’ 선후기(選後記)를 쓰며 ‘시단의 신고전(新古典)’이란 평가에 감탄사 “쁘라보우!”까지 덧붙여 환호한다. 그가 극찬한 ‘조 군’은 바로 민족정신과 고전적 미의식을 우아하고 섬세한 언어 속에 구현해온 시인 조지훈(1920년 12월 3일∼1968년·사진).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로 시작하는 ‘승무’로 널리 알려진 시인 조지훈이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그가 박두진, 박목월과 함께 낸 3인 시집 ‘청록집’은 한국 서정시의 정신적 좌표로 꼽힌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조지훈의 생애와 학문 세계를 다시 들여다보고 재조명하려는 학계의 시도가 활발하다.
그가 1948년부터 교수로 재직하며 민족문화연구원 1대 소장을 지낸 고려대는 11월 둘째 주를 ‘조지훈 주간’으로 기리고 유품 및 도서 전시와 추모 강연, 논문집 출간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고려대 박물관은 ‘빛을 찾아가는 길, 나빌네라 지훈의 100년’ 전시회를 9일부터 내년 3월 20일까지 연다. 육필원고, 두루마기, 안경 등 유품과 교사 자료를 포함한 100여 점이 전시된다. 가장 눈여겨볼 만한 자료는 42장짜리 육필 원고뭉치 ‘芝薰詩초(지훈시초)’. 출간을 염두에 두고 퇴고를 위해 정서해 묶은 교정본 일종으로 추정되는데 대중에게 전시로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13일 열리는 ‘조지훈 탄생 100주년 기념 인문학 축제’에서는 문학뿐 아니라 지성사, 민족문화, 역사학의 관점에서 조지훈의 문학 세계를 재조명한다. ‘한국문화사대계’(총 7권)를 기획했고 논저 ‘한국민족운동사’를 남긴 그는 ‘한국학’이라 불리는 연구가 없던 1960년대부터 이미 인문학 분야를 망라해 정리하는 시도를 선구적으로 해왔다. 조지훈이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관련 연구는 부족했다. 이에 그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남긴 선구적 족적도 발표한다. 김건우 대전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가 지성사 관점에서 분석하고 조형열 동아대 사학과 교수가 역사학 분야를 심층 조명한다.
11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는 그의 제자였던 홍일식, 김흥규,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가 추억하는 조지훈에 대한 추모좌담회와 기념강연, 조지훈 연구 출판기념식이 열린다. 내년 2월에는 경북 영양군과 고려대 문과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열린 관련 학술대회 발표문과 토론문을 수록한 ‘조지훈 탄생 100주년 기념 논문집’이 출판된다. 영양군은 조지훈의 고향으로 조지훈 생가와 지훈박물관이 있다. 내년에는 우크라이나 키예프 국립대의 세계시인 동상 공원에서 조지훈 동상 제막식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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