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목소리의 그 남자 “요즘은 웹툰 연기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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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드라마’ 만든 홍시호 성우
말풍선 대사에 목소리 입혀
제작 후원금 5억원 넘게 모아
“젊은층의 호응 가장 짜릿해… 한국 웹툰 기반으로 만들 것”

경력 35년차 홍시호 성우는 “흔히 목소리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성우 연기는 인문사회적 지식과 사고력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경력 35년차 홍시호 성우는 “흔히 목소리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성우 연기는 인문사회적 지식과 사고력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강백호, ‘원피스’의 샹크스, 할리우드 영화 속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톰 크루즈까지…. 이들의 목소리를 연기한 사람은?

매력적 중저음에 때때로 터지는 감칠맛 나는 고음의 홍시호 성우(61)다. 그가 오디오 드라마에 도전한다. 인기 네이버웹툰 ‘가담항설’의 장면에 성우들이 등장인물마다 목소리를 입혀 대사를 읽어 내려가는 오디오 드라마를 홍 성우가 제작하고 있다. 과거 성우 전성시대를 이끌던 라디오 드라마에 이어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 끝에 탄생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인근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많은 외국 영화, 애니메이션이 방송되고 라디오 드라마가 인기를 끌던 성우의 황금 시절이 있었지만 올해는 명절에도 외화가 편성되지 않을 정도로 영역이 좁아졌다. 오디오 드라마는 성우들의 새 활동 무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담항설은 2016년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됐다. 성우 20명이 등장인물별로 웹툰 말풍선 대사에 소리를 입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성우들이 한곳에 모일 수 없어 따로따로 녹음했다. 드라마 일부는 그의 유튜브 채널 ‘홍쇼’에서 공개했다. 이달 중 제작을 마치는 대로 프로젝트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 후원자에게 오디오 드라마 파일이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발송할 예정이다.

오디오 드라마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지 반신반의했지만 텀블벅에서 당초 목표 후원액 1억5000만 원을 훌쩍 넘는 5억8000만 원을 모으며 확신이 생겼다. 그는 “원작이 인기 있다 해도 이렇게 목표액을 초과할 만큼 ‘목소리 연기’에 열광할 줄 몰랐다”며 “제 목소리에 비교적 익숙한 30대 이상보다 10대, 20대의 폭발적 호응을 얻은 점이 제일 짜릿하다”고 했다. 앞으로는 같은 날, 한 장소에 모여 녹음해 연기의 완성도를 높일 생각이다.

KBS 공채 성우 출신인 그는 프리랜서 성우이자 유튜브 채널 제작자로 활동 중이다. 한양대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개그맨 공채 시험에 떨어진 뒤 별생각 없이 지원했는데 덜컥 성우가 됐다. “목소리 연기 트렌드도 딱 5년”이라는 그는 “성우는 끝없이 콘텐츠를 발굴하고 연기를 가다듬어야 하는 크리에이터”라고 말했다.

“그동안 제가 연기한 작품은 대부분 일본 미국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였어요. 오디오 드라마는 한국 웹툰을 기반으로 작가와 제작진 모두 ‘국산’이라는 점도 뜻깊습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이지윤 인턴기자 연세대 UIC경제학과 졸업
#홍시호 성우#오디오 드라마#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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