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고 할 때 삶의 딱 절반이라 할 50세를 맞이했거나 맞이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이다. 20여 년간 일과 가정을 오가며 쉴 새 없이 달려온 1970년생 연예인 4명이 뭉쳤다. 개그맨 김구라 박명수 지상렬, 배우 이성재다. 이들은 8일 첫 방영된 채널A 일요 예능 프로그램 ‘개뼈다귀’에서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한 자리에 나왔다. 개뼈다귀는 이들이 개띠인 것에 착안한 프로그램 이름이다. “동갑내기 친구들과 노는 기분으로 촬영하고 있다”는 이들 4인방을 12일 인터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지만 이들의 고민은 여느 가장이나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인생 후반기 인간관계는 어떻게 맺을지 등 더 깊어진다. 그런 동세대의 고민을 동갑내기들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싶어 출연했다는 것.
박명수는 “내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 같이 50세인 친구들과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앞으로 살아갈 날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예능은 경험이 많지 않은 김구라는 “예전엔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선호했지만 요즘엔 바깥에 나가서 일반인들과 만나는 게 참 좋더라”며 “50세가 되면서 인간관계, 인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던 찰나에 인생을 돌아본다는 프로그램의 주제의식이 맞닿아있어 주저 없이 선택했다”고 했다.
TV 예능의 고정 출연은 드물었던 이성재에게는 아버지와 나눴던 이야기가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계기가 됐다. ‘가장 하고 싶으신 일이 무엇이냐’고 그가 물었을 때 생전의 그의 부친은 “친구들과 여행가는 것”이라 답했던 것. 이성재는 그때 받았던 ‘행복이 별것 없구나’ 하는 느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이 프로그램의 흥망성쇠는 이들 4명이 얼마나 친해지느냐에 달려있다고 4인방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었다.
유쾌한 독설과 호통개그의 1인자 자리를 다투는 김구라와 박명수에게 인지도는 몰라도 ‘말빨’로는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지상렬은 개뼈다귀만큼은 조화에 방점을 뒀다. 그는 “박명수 씨는 어머니 같은 섬세함, 김구라 씨는 이웃 일에 훈수 잘 두는 아저씨, 저는 어디에든 있을 듯한 동네 형 역할이다. 우리 셋의 색깔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박명수는 “김구라 씨는 말이 너무 많은데도 잘한다. 지식과 상식을 모두 동원해 말이 끊이지 않는 매력이 있다. 이성재 씨는 카리스마가 있는데 촬영할수록 정말 진솔한 친구다. 지상렬 씨와는 개그 호흡이 잘 맞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나 혼자 산다’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 등의 예능에 간간히 모습을 드러냈지만 홀로 배우인 이성재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이성재는 “연기에 비해 예능은 대본의 틀에 갇히지 않고 말과 행동이 무한대로 열려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예능의 특성을 이미 간파한 듯했다. 그는 “촬영 전 워낙 개성이 강한 캐릭터 탓에 김구라 씨와 친해질 수 있을지 걱정도 됐지만 첫 만남 후 잘 사귀고 있다. 박명수 씨와는 웃음코드가 가장 잘 통해 앞으로의 케미(호흡)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찍 결혼하고 자식도 일찍 결혼시켜서 4명 중 유일하게 손녀를 둔 할아버지인 그는 “자식 키우는 조언은 훨씬 잘해줄 자신이 있다”고 전했다.
개뼈다귀는 ‘인생 중간 점검’이라는 취지에 맞춰 누구나 고민하지만 혼자서는 답을 쉽사리 찾기 어려운 질문을 정하고 4인방이 각자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1화의 화두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였고 15일 2화의 주제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다.
김구라는 “물질의 풍요가 행복의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고단하지만 윗세대의 마음은 고단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들이 걸어온 길, 삶의 철학을 듣고 싶다”고 했다. 이들이 직접 주제를 제안하기도 한다. 이성재는 “중학교 때 봤던 고교입시 체력장 6종목을 50세가 된 지금 똑같이 테스트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지상렬은 “꼰대와 아이들의 소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4인방이 입을 모으는 개뼈다귀의 강점은 공감이다. 누구나의 고민을 ‘대리 해결’해주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위안을 얻길 바란다. 지상렬은 “개뼈다귀는 나이든 이들의 일기장, 그들의 아버지, 삼촌의 일기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구라는 “우리의 고민이 결국 30, 40대의 고민, 내 큰형, 우리 아빠의 고민인 동시에 시청자의 고민이다. 진정성 있게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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