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동물들 사이에서 늘 혼자인 웜뱃. 오소리를 닮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이상하게 생겼다며 아무도 놀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땅 파기를 좋아하는 웜뱃은 매일 땅굴을 만든다. 토끼, 캥거루, 코알라는 굴 파는 소리가 시끄럽고 숲이 구멍투성이가 됐다고 투덜거린다. 어느 날 큰 불이 숲을 집어삼킨다. 두려워하는 동물들에게 웜뱃은 “어서 이리 와!”라고 외치며 이들을 땅굴 속으로 대피시킨다.
지난해 호주에서 6개월간 큰 산불이 났을 때 웜뱃의 땅굴로 작은 동물들이 피신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책이다. 온순한 웜뱃은 다른 동물들을 굴속에 보듬어줘 당시 영웅으로 떠올랐다. 힘겹게 달려오는 코알라의 새끼를 캥거루가 건네받고, 웜뱃과 다른 동물들이 힘을 합쳐 엄마 코알라가 굴에 들어오는 걸 돕는 책 속 장면은 실제 일어났을 법한 일처럼 느껴진다. 자신을 멀리한 이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웜뱃. 내 마음 한 자락에 나누고 품어주는 너그러움이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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