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사촌’ 이환경 감독
가택 연금된 대권주자 이웃 이야기… DJ-YS 모티브로 시나리오 작업
‘7번방의 선물’ 감동코드 이어져
“그게 내가 가장 잘 만드는 영화”
25일 개봉하는 이환경 감독의 영화 ‘이웃사촌’에서 가택 연금 중인 대권 주자 이의식(오달수·윗줄 가운데)이 가족과 함께 집 마당에서 담 너머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1281만 관객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50·사진)이 8년 만에 신작 ‘이웃사촌’으로 돌아왔다. 이웃사촌은 가택 연금된 정치인 ‘의식’(오달수)의 옆집에서 도청팀장 ‘대권’(정우)이 의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 지 5년 만에 작품을 선보인 이 감독을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감독은 “고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가택 연금 등 한국 정치사의 실화를 모티브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입을 열었다.
“호랑이처럼 세상을 호령하던 분들이 집에서는 가족들에게 떡볶이도 만들어주고 자녀와 책도 읽으며 소소한 일상을 보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어요. 그분들의 전기, 자서전 등을 읽으며 시나리오 작업을 했어요.”
정우와는 17년 전 오디션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인연을 이어왔다. 이 감독은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느낌”의 정우를 데뷔작 ‘그놈은 멋있었다’에 조연으로 캐스팅했다.
“이번 영화에서 정우가 상대 역의 멱살을 잡고 울부짖는 장면이 있었는데, 대사 50% 정도가 현장에서 바뀌었어요. 정우가 원래 대사의 느낌이 와닿지 않는다기에 저와 정우 둘이 봉고차 안에 들어가 가족 얘기, 아버지에 대한 추억 등을 이야기하다가 둘 다 울컥해 펑펑 울면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대사로 고쳤죠.”
오달수는 7번방의 선물을 작업하면서 코믹한 이미지 속 진정성을 발견해 대권 주자 정치인 역을 제안했다. 오달수는 처음엔 “이런 묵직한 역은 자신 없다”며 고사했지만 이 감독 설득 끝에 합류했다. 영화는 2018년 촬영이 끝났지만 오달수의 ‘미투’ 논란이 불거지면서 개봉이 미뤄지기도 했다. 오달수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2018년 2월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기존 배우 이미지와 상반된 ‘청개구리 캐스팅’을 즐깁니다. 7번방의 선물의 류승룡 배우도 거친 눈빛 속 강아지 같은 따뜻함을 느껴 캐스팅했듯 오달수 선배님도 웃긴 모습 뒤 묵직함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확신했어요.”
7번방의 선물, ‘각설탕’, 이웃사촌까지 이 감독 영화에 일관적으로 들어가는 감동 코드가 신파와 마찬가지라는 지적에 대해선 “그게 내가 잘 만드는 영화”라고 했다.
“제가 만든 영화에는 익숙함밖에 없어요. 음식에 비유하자면 김치찌개, 된장찌개죠. 하지만 그 안에 새로운 재료가 들어가는 순간 ‘맛이 다르네’라는 걸 느껴요. 익숙함을 더 새롭게 표현하는 게 제가 잘하는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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