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맥주 찌꺼기’ 원료 식품 개발 추진… 새활용 벤처와 업무협약

  • 동아경제
  • 입력 2020년 11월 20일 15시 07분


부산물 ‘맥주박’ 이용해 식품 개발
주세법 개정으로 맥주 부산물 활용 가능
맥주박, 단백질·섬유질 풍부
에너지바·그래놀라·시리얼 등 개발

오비맥주가 맥주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원료로 활용한 식품 개발에 나선다. 남은 원료를 ‘새활용(업사이클)’ 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벤처기업과 제휴를 맺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동반성장과 상생의 의미도 더했다.

오비맥주는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푸드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맥주 부산물을 이용한 식품 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에 오비맥주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리하베스트는 음식 새활용(푸드 업사이클) 전문 국내 신생 벤처기업이다. 푸드 업사이클은 식품 제조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협약에 따라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는 맥부 부산물을 활용해 에너지바와 그래놀라, 시리얼 등 간편대체식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협력한다. 리하베스트가 식혜 부산물인 ‘식혜박’으로 만든 에너지바는 클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두 차례에 걸쳐 펀딩 목표금액 2000% 이상 초과 달성하면서 상품성과 가능성은 인정받은 바 있다. 식혜와 맥주는 모두 보리가 주요 원료다. 발효 이전까지 담금 공정이 비슷하고 부산물 성분도 거의 동일하다고 한다.

리하베스트는 오비맥주가 지난해 글로벌 스타트업 밋업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한 업체다. 상생 전략을 바탕으로 제휴를 맺은 바 있다. 폐기되는 부산물을 새활용해 환경친화적인 식품을 만드는 업체로 식품을 포장하고 상품성을 검수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투입해 사회적인 가치 창출에도 앞장서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맥주를 만들 때 나오는 ‘맥주박’은 단백질과 섬유질 등 영양분이 풍부하고 고부가가치 원료임에도 규제로 인해 식품 원료 사용이 어려웠다. 주세법상 주류제조장에서는 주류 이외 제품은 생산하지 못하도록 제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고시 개정으로 지난 7월 1일부터 주류 제조시설에서 주류 이외 제품 생산이 허용됐다. 맥주박이 식품으로 인정을 받아 에너지바와 건강식품 등의 원료로 활용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주류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다각화 기회로 볼 수 있다.

맥주박은 맥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다. 단백질과 섬유질, 비타민, 무기질 함량이 높아 식품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 지금까지는 관련법으로 인해 폐기물로 분류됐으며 주로 가축 사료로 사용되거나 버려졌다.

나탈리 오비맥주 구매·지속가능경영부문 부사장은 “이번 협약으로 맥주 부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을 개발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며 “국내 신생 벤처기업과 상생 협력을 바탕으로 환경과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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