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가 필요 없이 세탁기에 넣기만 하면 빨래가 된다는 ‘세탁볼’은 시중에서 몇만 원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의류는 세제 없이 따듯한 물에 담그기만 해도 어느 정도 세탁되며 기름 성분의 때가 없는 먼지, 흙, 땀 등은 물에 씻겨 나간다. … (세탁볼 대신) 차라리 골프공을 이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한다. 헛소리라는 얘기다.
‘만들어진 신’의 리처드 도킨스와 같이 유사과학, 미신, 창조론 등에 과학으로 맞서는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스스로 회의주의자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회의주의는 무조건적인 의심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라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열린 마음과 너무 쉽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을 잃을 정도로 열린 마음이 되는 것” 사이의 균형이다.
이 책은 그가 15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미국 대표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2001년부터 6년 3개월간 쓴 75편의 에세이를 과학, 회의주의, 유사과학과 헛소리, 초자연적 현상, 인간의 본성 등 10개 주제로 나눠 엮었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인 새 미디어가 음모론과 유언비어를 퍼 나르는 역설적인 세상에서 떼로 뭉쳐 집단지성을 우롱하며 이성을 조롱하는 일이 ‘힙’한 것인 양 퍼지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봄 직하다.
‘집단이 지혜롭기 위해서는 자율적이고, 분산적이며, 생각이 다양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곱씹을수록 깨달음이 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