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관련 책 5종 잇따라 출간
“공자 사상의 핵심은 배려… 조화롭게 살아갈 방법 일깨워줘”
‘생명공학이 맞춤아기를 탄생시키고, 빈부격차를 유례없는 수준으로 벌릴 때 인간 사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호모데우스’(2017년)에서 정보공학과 생명공학이 융합해 발생하는 이런 질문들에 세계 어느 종교도 답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자의 ‘논어(論語)’를 슬쩍 포함시켰다. 종교의 경지인 논어도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전망하고 해석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한물갔다’는 것.
그러나 깊어가는 가을, 국내에서는 다양한 독자층을 겨냥한 논어 5종이 잇달아 나왔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한 때도 있었지만 논어는 동양 고전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김형찬 고려대 철학과 교수(57)는 20여 년 전 냈던 역주본 논어의 개정판을 최근 현암사에서 출간했다. 논어를 100번 넘게 읽었다는 김 교수는 개정판을 위해 다시 찬찬히 읽으면서 “내 생각인 줄 알고 있던 많은 것들이 공자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만큼 우리 삶에 논어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흡수돼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중국철학자 기무라 에이이치(1906∼1981)의 ‘공자와 논어’도 에코리브르에서 번역돼 나왔다. 이 책은 논어 내용뿐만 아니라 춘추시대 말인 기원전 6세기경 태어난 공자가 청·장년기를 거쳐 노(魯)나라를 떠나 천하를 주유하다가 만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제자를 양성하기까지 그의 삶을 치밀하게 재구성했다.
‘우리말 속뜻 논어’는 논어에 처음 입문하는 독자를 위해 가급적 쉬운 우리말로 옮겼다는 특징이 있다. 논어 원문도 실었지만 우리말 부분만 읽어도 독자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논어 20편 498장을 대화와 진술, 그리고 지시문으로 엮어 한 편의 드라마 대본처럼 읽히도록 구성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논어를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만화로 즐기는 논어’(스타북스)도 출간됐다. ‘Smart 論語 (中)―영어로 공부하는 논어’(㈜스마트논어)는 영어 번역을 덧붙였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초창기인 1990년대 말 하나로텔레콤 회장을 지낸 신윤식 전 체신부 차관(84)이 펴냈다. 신 전 차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은 인공지능(AI)이다. AI의 ‘인성’이 제대로 갖춰지려면 미래 세대의 인성 혁명이 필요한데, 가장 좋은 교재는 논어”라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왜 이처럼 논어는 계속 읽히는 것일까. 김 교수는 “공자 사상의 핵심은 사람(人=인)이 둘(二)이라는 ‘인(仁)’인데 이는 ‘배려’라고 할 수 있다”며 “둘 이상이 같이 살아갈 때 어떻게 하면 서로 배려하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논어는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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