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리가 지난 25일 진행된 가운데 법원의 최종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늦어도 다음 달 1일에는 법원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거래 종결을 위한 선결조건인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아시아나 인수 계약은 무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가 무산될 경우 관련 후폭풍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수 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현재의 위기를 독자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련 항공 산업 협력사 등 유관 산업군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인수가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가게 될 예정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매각이 무산되면 기존 계획대로 채권단 관리로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가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구조조정 수위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아시아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경영이 위기에 봉착한 상태였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된 것이다. 여기에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규모와 경영방식으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 사업 지속가능 여부에 대한 물음표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 하에서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경우 노선 감축과 부서 통폐합, 인력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인력감축이 가장 우려되는 요소로 꼽힌다.
일본항공(JAL)의 사례를 보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체 인력의 34%가 해고됐고 28%의 연봉삭감과 자회사 축소 및 매각으로 이어진 바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채권단 관리 하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경우 대량의 인적 구조조정이 병행되는 사례가 있다. 산업은행이 관리 중인 STX조선해양의 경우 인력 40%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진 바 있다.
채권단에서 구조조정으로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파산’ 선고를 내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 인원 약 1만3000여명의 거취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공적자금은 공적자금대로 투입되고 일자리는 지키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어려워지고 공적자금을 무제한으로 투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두 대형 항공사가 통합할 경우 업황이 개선되면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회사와 근로자들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이번 인수와 관련해 많은 시선이 몰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실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여기에 대한항공은 창립 이래 51년간 단 한 번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기업으로 알려졌다. 석유파동과 IMF 위기, 9·11테러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사스(SARS) 등을 비롯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까지 경영을 위협받는 위기 속에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산업 생존을 넘어 성장을 위한 조치”라며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에게 인수를 제의한 것은 코로나19 위기 속에 수 만 명에 대한 일자리가 달린 생존 뿐 아니라 산업 전문성을 통한 국가 항공 산업 발전을 고려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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