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가수 ‘지드래곤’이 협업한 신발을 30만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팔았다. 일정 금액을 더 내더라도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자 20만원 초반에 구매한 스니커즈를 5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한 것. A씨는 “추첨 예정 모델을 찾아 드로우(제비뽑기)·래플(추첨복권)에 응모한다”며 “당첨만 되면 웃돈을 얹어 판매할 수 있어 주식보다 나은 투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슈테크’(슈즈+재태크)가 MZ(밀레니얼·Z)세대의 새로운 재태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웃돈을 얹어서라도 한정판 운동화를 손에 쥐거나 재판매로 시세 차익을 얻어 만족감을 느끼는 리셀 문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활성화되면서 패션업계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20만원대 스니커즈가 3배 ‘껑충’
3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에서 ‘에어 포스 1 파라-노이즈’가 약 3배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해당 제품은 나이키가 지드래곤과 협업한 두 번째 상품으로 발매 전부터 마니아층과 리셀족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운동화다.
실제 지난 24일 드로우 당일 에어 포스 1 파라-노이즈를 구매하기 위해 마니아층와 리셀러들이 몰리면서 나이키 공식 웹사이트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관심은 제품이 발매된 직후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드로우 당첨자에게 21만9000원에 판매된 해당 제품은 리셀 플랫폼에서 최대 65만원대에 판매됐다. 출시 약 일주일 만에 가격이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한정판 운동화의 리셀가가 치솟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나이키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지드래곤과의 첫 번째 협업 상품도 품절 대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20만원대에 출시된 제품은 현재 미국판 리셀 플랫폼인 ‘스톡엑스’에서 평균가 493달러(2일 기준·5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지드래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운동화 100켤레는 리셀 사이트에서 1000만원대에 거래돼 화제가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나이키 에어조던과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이 협업한 신발도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전 세계 1만3000켤레만 발매됐지만, 해당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드로우에 참여한 인원만 500만명에 달했다. 이에 270만~300만원에 출시된 해당 제품의 리셀가가 1500만~20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리셀 시장은 새것보다는 중고 제품이더라도 희소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게다가 한정 수량으로 발매돼 ‘품귀’ 현상을 빚는 운동화의 경우 상품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되는 추세다.
◇무신사부터 네이버·KT까지…리셀 플랫폼 선점 경쟁
한정판 운동화에 대한 관심이 늘자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스니커즈 리셀 시장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코’도 지난해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을 20억달러 규모로 추산했다. 오는 2025년 60억달러(약 7조116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실제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성인남녀 11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고거래 현황’에 따르면 성인 10명 가운데 7명이 중고거래를 해봤으며, 가장 빈번하게 거래된 품목은 ‘의류·신발’(46.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트렌드에 국내 기업들도 판매 상품을 보증하고 검수를 거쳐 상품을 재판매하는 리셀 플랫폼에 앞다퉈 진출하는 추세다. 단순 패션 플랫폼이 아닌 젊은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가능성을 입증한 리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가 대표적이다. 무신사는 지난 7월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중개 서비스 ‘솔드아웃’을 선보이며 리셀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100% 정품 보장 검수 솔루션 및 무료 배송 서비스를 내세우며 리셀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스노우’가 운영하는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법인으로 분사했다. KT엠하우스도 지난 10월 온라인 거래 역량과 IT 전문성을 기반으로 리셀 플랫폼 ‘리플’로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정판 스니커즈에 대한 마니아층 수요가 늘면서 리셀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 제품은 최소 10~20%부터 많게는 20배 넘는 가격에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면서 “기업들이 리셀 플랫폼에 뛰어드는 것도 단순한 중고 거래 플랫폼이 아닌 주식시장처럼 하나의 재테크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다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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