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겨울 대학수학능력시험. 학생들은 투명 가림막이 설치된 책상에 앉아 마스크를 쓴 채 문제풀이에 매달렸다. 시험 당일 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에서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도 있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낳은 ‘웃픈’ 현실이다.
대학입시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치르는 전쟁이다. 오죽했으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자녀가 공부 잘하는 3요소’라는 우스갯소리마저 생겼을까. 허나 누가 뭐래도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야말로 으뜸이다.
‘바라지’는 옥바라지나 해산바라지처럼 음식이나 옷을 대어주거나 일을 돌봐 주는 걸 말한다. 그중에서도 남모르게 하는 게 뒷바라지다. 비슷한 말로는 뒤치다꺼리가 있다. 입치다꺼리는 먹는 일을 뒷바라지하는 일을, 진구덥은 자질구레하고 지저분한 뒤치다꺼리를 하는 걸 가리킨다. 앓는 사람을 시중들어 주는 ‘고수련’도 있는데, 행동거지만큼이나 말맛이 곱다. 병시중, 병수발, 병구완과 같은 뜻이다.
뒤치다꺼리를 ‘뒤치닥거리’와 ‘뒷치닥거리’로 잘못 아는 이들이 있다. 뒤치다꺼리가 표준어임을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치다꺼리가 거센소리인 ‘ㅊ’으로 시작하므로 그 앞에 사이시옷을 넣을 필요가 없다. 그럼 뒤치닥거리가 안 되는 이유는? ‘뒤치닥’이라는 명사가 없어 ‘뒤치닥+거리’의 구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글맞춤법은 어원이 불분명하면 그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나는 대로 적고 있다.
올해 수능은 국어와 영어가 평이하게 출제됐고 수학의 ‘준(準)킬러 문항’이 당락을 가를 것이라고 한다. ‘수학 나형은 난이도가 높았던 지난해와 비슷하게 출제됐다’거나, ‘체감 난이도는 낮았을 것’이라는 평이 줄을 잇는다. 위에 든 예문에서 ‘난이도가 높다’ ‘체감 난이도는 낮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난도가 높다’ ‘체감 난도는 낮다’로 써야 옳다.
난도는 어려움의 정도를, 난이도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를 말한다. 똑같은 의미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고난도(高難度)라는 낱말에서 알 수 있듯 어렵다는 뜻으로는 ‘난도가 높다’라고 해야 한다. 난이도는 ‘탐구과목별 난이도 차이가 줄어들었다’, ‘난이도 조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컸다’로 쓴다.
‘맞히다’와 ‘맞추다’의 쓰임새를 헷갈려 하는 이도 많다. ‘맞히다’에는 ‘적중하다’ ‘정답을 골라내다’라는 의미가 있다. 반면 ‘맞추다’는 일정한 대상을 서로 비교해 살핀다는 뜻. 그러니까 수수께끼나 퀴즈는 정답을 맞혀야 하고, 퍼즐과 답안지는 다른 조각이나 정답과 맞춰야 한다.
대학 합격을 향한 첫걸음인 수능이 끝났다. 그동안 중독성이 높아 듣지 못했다던 ‘수능 금지곡’도 실컷 듣고 단잠, 꿀잠, 발편잠에도 푹 빠져보시길. 그나저나 대학 합격, 그 절반은 애면글면 수능 바라지에 매달린 엄마 몫이란 걸 기억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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