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투병’ 김점용 시인
동료들이 미발표 시 등 48편 묶어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출간
펜 쥐지 못해 ‘지장 사인’ 대신해
뇌종양 투병 중인 시인 김점용(55·사진)의 시집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걷는사람)가 최근 출간됐다. 2017년 별처럼 생긴 성상세포에서 암이 생겼다는 판정을 받은 이후 쓴 시와 이전 미발표 시 등 48편을 동료 시인들이 묶었다.
어쩌면 시인의 ‘마지막’ 시집이 될지 모를 이 책의 시들은 신산했던 삶의 마디마디와 죽음에 대한 관조(觀照)를 때로는 차분하고 때로는 불안하게 담았다.
‘모든 별들이 살아 있는 죽음을 나르는 칠성판/영원히 사는 인생이 어딨어/내 머릿속의 별들도 조용히 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혼자서 스스로의 장례를 치르며 두 팔을 활짝 벌리네’(‘스위스행 비행기’ 중)
5년 전 결혼한 아내와의 단꿈이 3년 만에 흐트러지던 순간, 별 모양 종양을 머리에 인 시인은 ‘존엄사가 인정되는’ 스위스행을 꿈꾼다.
경남 통영 출신이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갔다. 그렇게 7년 만에 서울시립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다 1997년 계간지 ‘문학과 사회’에 시로 등단하고 문지시선에서 시집을 두 권 냈다.
대학원에 들어가 2003년 ‘서정주 시의 미의식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8년 모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조교수가 됐다. 2012년 석연치 않은 ‘연구업적 부족’을 사유로 해임된 뒤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걸지만 패소한다. 그 심정을 시인은 ‘법원 앞마당은 자꾸 꿈틀거렸다/뱀장어가 발목을 감는다’(‘우나기’ 중)고 털어놓는다.
2013년 경북 청도에서 목수 일을 배워 한옥 목수로 일했다. ‘빈 술잔 속에 집터를 잡고/빗소리를 깎아 집을 세운다/세상에서 가장 크고 외로운 집/찬란히 들어’설 뿐이다.(‘술잔 속에 집을 짓다’ 중)
시인은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잘 못 보고, 잘 못 듣고, 잘 걷지 못하는 몸’으로 있다. 지인에게 보낸 시집 50부에는 서명 대신 그의 오른손 네 손가락이 찍혀 있다. 펜을 쥐지 못하는 시인의 손을 부인이 잡고 찍었다. 시인은 “여보, 이 시집은 당신 거야. 고마워”라고 ‘시인의 말’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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