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사육제’ 작곡가 생상스
천문학-아랍 등 다른 세계 관심
쥘 베른도 작품 통해 공상 펼쳐
동시대 살았던 두 사람 작품 속
낙관주의 세계관 느낄 수 있어
유튜브 링크: www.youtube.com/classicgam
코로나19로 얼룩진 2020년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이었습니다. 2021년은 누구를 기념하는 해가 될까요. 그동안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고 생각되는 작곡가를 소환해 보겠습니다. 2021년 서거 100주년을 맞는 프랑스의 샤를 카미유 생상스(1835∼1921)입니다.
생상스의 이름을 아는 분은 많습니다. 어렸을 때 어린이날 즈음 부모님 손을 잡고 음악회에 가서 그의 ‘동물의 사육제’를 들은 분이 많을 겁니다. 물론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생상스는 이 곡을 진지하게 쓴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장난처럼, 기분전환 삼아 작곡했습니다. 심지어 생전에 악보를 출판하는 것도 막았습니다.
그러나 이 곡을 통해 생상스를 잘 알게 되는 점도 있습니다. 생상스 자신은 큰 가치를 두지 않았지만 이런 음악을 썼다는 것은 일종의 시대정신의 반영이었습니다. 생상스가 살았던 19세기 후반은 박물지(博物誌)의 시대, 백과사전적 지식의 시대였습니다. 어느 대륙에 가면 어떤 동물과 식물과 광물이 있고, 풍습은 어떻고 등등, 먼 곳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폭발하던 시대였죠. 동물의 사육제에도 그런 박물지적인 모습이 들어 있습니다.
생상스는 천재였습니다. 다섯 살 때 작곡을 시작했고 열두 살 때부터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는데, 청중이 앙코르를 요청하면 청중이 원하는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한 곡을 다 쳤다고 합니다. 그는 “내게 작곡한다는 것은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리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에겐 유별난 취미가 있었습니다. 최신의 망원경을 갖춰 놓고 밤하늘을 관찰하기를 즐겼습니다. 아마추어 수준을 넘는 일이었습니다. 프랑스 국립천문학회는 생상스를 회원으로 받아주었습니다. 그의 우주적인 상상력은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을 들으면 느낄 수 있습니다.
밤하늘이나 우주와 더불어 생상스의 또 다른 관심사는 아랍이었습니다. 아랍에 대한 책을 즐겨 읽었고, 여러 차례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 세계를 여행했습니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날 때도 알제리 여행 중이었죠. 생상스의 아랍 사랑은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피아노협주곡 5번 ‘이집트’ 등에 반영됐습니다.
이렇듯 천문학이나 아랍을 비롯한 다른 세계에의 관심을 생각할 때 생상스는 공상소설가 쥘 베른(1828∼1905)과 같은 시대 분위기를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여겨집니다. 생상스와 베른이 서로를 잘 알고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베른은 생상스보다 불과 다섯 살 위였고, 천체나 해저 같은 새로운 세계의 탐험, 중동이나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 심지어 80일이면 세계를 일주할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흥분되는 공상을 펼쳤습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던 시대는 과학과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지식이 크게 확장되고, 인류가 모든 장벽을 넘어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믿은 낙관주의의 시대였습니다. 런던과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가 그런 낙관주의의 상징이기도 했죠. 생상스의 교향곡 3번이 세상에 나온 다음 해 짓기 시작한 에펠탑 또한 그런 시대정신의 반영이었습니다. 그런 진보와 낙관주의의 시대정신, 미지 세계에 대한 탐구를 생상스의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유(윤종)튜브’에서 생상스의 대표 작품들을 맛보기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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