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그곳은 ‘죽음의 소년원’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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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콜슨 화이트헤드 지음·김승욱 옮김/268쪽·1만4000원·은행나무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1960년대 초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서 할머니와 살며 호텔 접시닦이, 잡화점 점원을 하는 흑인 소년 엘우드. 빈곤하지만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이런 연설 음반을 들으며 대학에 들어가 민권운동에 참여할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흑인이라는 이유로 어이없게 자동차 도둑 누명을 쓰고 ‘니클(Nickel)’이라는 소년 감화원에 수감된다.

이곳은 감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름(니클은 미국 5센트 동전)처럼 원생들은 ‘5센트짜리만도 못한’ 삶을 산다. 감화원 교장과 직원들은 물품을 빼돌리거나 원생 노동력을 착취해 사리사욕을 챙긴다. 이곳에서 ‘정의는 동전 던지기와 같아’ 원생에 대한 채찍 폭력과 학대가 일상이고 그로 인한 죽음은 은폐된다. ‘우리 자신을 위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고 믿던 이상주의자 엘우드는 점점 ‘침묵의 미덕’을 받아들이게 된다. 읽다 보면 ‘쇼생크 탈출’ 같은 이야기 전개를 기대하게 되지만 희망은 희박하다.

흑인 차별문제에 천착해온 저자는 2016년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이어 올해 이 작품으로 두 번이나 퓰리처상을 받았다. 니클은 1899년부터 2011년까지 플로리다주에서 운영되던 실제 소년원이 모델이다. 이 소년원 주변에서 발굴된 유골은 80건이 넘는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니클의 소년들#콜슨 화이트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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