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학자 “‘설민석 류’에 대한 경각심 높아졌으면”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2월 21일 09시 09분


국내 이집트고고학 전문가로 알려진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은 스타강사 설민석 씨를 비판한 것이 화제가 되자 “소위 ‘설민석 류’라고 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조금은 더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곽 소장은 20일 오후 페이스북에 “유승준이 큰 화제다. 그런데 실상은 클레오파트라가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며 ‘클레오파트라’라는 키워드가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오른 포털사이트 캡처 사진을 올렸다.

곽 소장은 “아마도 설민석 덕분이겠지만, 저도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증폭된 관심’에 한 몫을 한 것 같아서 좀 뿌듯하기도 하다”고 했다.

같은 날 오전 곽 소장은 19일 밤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예능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편에 대해 오류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며 “지도도 다 틀리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알렉산드로스가 세웠다는 말이나, 프톨레마이오스-클레오파트라 같은 이름이 무슨 성이나 칭호라며 ‘단군’이라는 칭호와 비교한다던가 하는 것들은 정말 황당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VENI VIDI VICI’를 이집트에서 로마로 돌아가서 말했다고 한 거 정도는 그냥 애교 수준”이라며 “정확히는 파르나케스 2세가 이끌던 폰토스 왕국군을 젤라 전투에서 제압한 뒤 로마로 귀국해서 거행한 개선식에서 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외에도 틀린 내용은 정말로 많지만, 많은 숫자만큼 일이 많아질 텐데 그렇게 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생략한다”며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설민석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 문제의식의 극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관심을 끌기에 분명히 좋은 전략이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그냥 ‘구라 풀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라면 그 두 가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서 이것은 사실이고, 이것은 풍문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언급해줘야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제가 자문한 내용은 잘 반영이 안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며 “그냥 보지 마시라”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 페이스북 글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을 보고 있습니다. (즐겨보고 있는 <경이로운 소문> 본방 사수도 포기하고....) 역시 걱정했던 데로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 차곡차곡 쌓여가네요.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지도도 다 틀리고.... (설민석이 그린 지도가 엉망인 건 둘째 치고, 배경이 되는 저 시대의 이집트는 해안에 위치한 알렉산드리아가 중심이었을 텐데 대체 왜 이집트 내륙 깊숙한 곳에서부터 로마로 날아가는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알렉산드로스가 세웠다는 말이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2세 때 세워졌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클레오파트라 같은 이름이 무슨 성이나 칭호라며 '단군'이라는 칭호와 비교한다던가 하는 것들은 정말 황당한 수준이었고, 그에 비하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VENI VIDI VICI'를 이집트에서 로마로 돌아가서 말했다고 한거 정도는 그냥 애교 수준. 정확히는 파르나케스 2세가 이끌던 폰토스 왕국군을 젤라 전투에서 제압한 뒤 로마로 귀국해서 거행한 개선식에서 한 말이죠. 그 이외에도 틀린 내용은 정말로 많지만, 많은 숫자만큼 일이 많아질 텐데 그렇게 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생략합니다.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설민석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 문제의식의 극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관심을 끌기에 분명히 좋은 전략이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그냥 '구라 풀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라면 그 두 가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서 이것은 사실이고, 이것은 풍문이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언급해줘야겠죠. 게다가 이건 언급되는 사실관계 자체가 수시로 틀리니....

제가 자문한 내용은 잘 반영이 안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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