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휩쓸고… 코로나 방콕… 음반판매 4000만장 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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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중문화 결산] <1> 가요계
BTS-블랙핑크-백현 등 8개 팀-가수
100만장 넘는 밀리언셀러 봇물
K팝 열풍에 美수출 117%나 늘어… 국내외 팬덤이 음반구매 주도

《코로나19는 2020년 문화계의 지형을 완전히 바꿨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대면 문화 소비 경향이 문화의 양태를 영원히 바꿀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어떤 정치, 경제, 사회 이슈가 닥쳐도 문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을 반영하며 인류의 무늬를 시간 속에 더 또렷이 새겨놓을 뿐이다. 2020년, 대중문화는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가요,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에 걸쳐 2020년 대중문화계 결산을 연재한다.》

2020년 가요계 앨범 판매량이 4000만 장을 넘어섰다. 21세기 들어 최대 수치다. 케이팝의 세계적 강세와 코로나19 확산이 이례적 호황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올해 50주 차(12월 12일 기준)까지 음반 판매량이 4020만 장을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앨범을 100만 장 이상 판매한 아티스트만 해도 방탄소년단, 세븐틴, NCT, 블랙핑크, NCT 127, 아이즈원, 트와이스, 백현 등 무려 8팀에 이른다. 가요계 밀리언셀러는 2001년 김건모, god 이후 명맥이 끊겼다가 2013년 엑소(‘으르렁’)를 통해 부활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엑소, 방탄소년단을 제외하면 연간 한 장이 더 나올까 말까 했다.

디지털 음원의 등장으로 추락하던 실물 음반 시장에서 12년 만의 밀리언셀러(엑소)가 출현한 7년 전(2013년 820여만 장)과 비교해도 올해 판매량은 5배 가까이 된다. 블랙핑크는 걸그룹 최초, 백현(엑소 멤버)은 아이돌 솔로 최초의 밀리언셀러가 됐다. NCT는 연합 팀과 유닛이 각각 100만 장 이상을 팔았다. 케이팝이 폭발적 성장을 거둔 올해 가요계를 정리했다.

○ 영상통화 팬 사인회로 해외 수요 급증
2020년 CD 판매 폭발은 케이팝 아이돌과 국내 팬덤이 주도하고 해외 팬덤이 거들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수출된 음반은 1억2300만 달러(약 1353억 원)어치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8.2% 급증했다. 수출 대상 국가도 110여 개국으로 늘었다.

케이팝이 빌보드를 습격하면서 북미 시장의 성장도 뛰었다. 한국에서 음반을 많이 사가는 상위 3개국에 2018년부터 미국이 들어온 이후 올해는 처음으로 중국을 앞서며 2위로 올라섰다. 미국의 케이팝 음반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7%나 늘었다. 대륙별 음반 수출량 중 비아시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7.4%에서 올해 24.2%까지 확대됐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국내 음반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돼 국내는 포화상태가 아닌가 했는데 올해 해외 팬덤이 뛰어들며 전체 수요 증가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공연과 각종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면서 팬덤의 소비 욕구가 음반에 집중된 데다 케이팝의 급성장이 겹치면서 국내외에서 음반 구매가 늘었다는 것이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종전에는 해외 팬이 구입한 음반에 동봉된 팬 사인회 응모권에 당첨돼도 체류비와 항공 요금을 쓰며 한국에 와야 행사 참여가 가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일반화한 ‘영상통화 팬 사인회’는 지구촌 어디서든 휴대전화만 갖고 있으면 좋아하는 아이돌과 국제 영상통화 만남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기 아이돌의 해외 음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디지털 음원과 노래방 이용량은 크게 줄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따르면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건수는 전년 대비 15∼20% 감소했다. 노래방 이용량도 20∼30% 줄었다. 김진우 연구원은 “음원과 노래방 수치는 코로나19의 1∼3차 확산 시기와 맞물려 세 차례 V자 곡선을 그리며 하락했다”며 “가수들의 컴백이 줄어든 데다 디지털 스트리밍이 집중되는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고 재택근무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영상 매체 이용량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고 말했다.

○ 방탄소년단 ‘핫100’ 1위, 블랙핑크 붐… 새로 쓴 케이팝 역사
1996년 H.O.T.를 시작으로 출발한 아이돌형 케이팝은 올해 새 역사를 썼다. 방탄소년단이 12월 5일자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Life Goes On’을 올려놓으며 한국어로 된 곡이 미국 판매 차트 정상에 오르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방탄소년단은 앞서 8월 영어 가사 곡 ‘Dynamite’로 한국인 최초 1위를 하는 기쁨도 맛봤다. 지난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로 8위, 올 초 ‘ON’으로 이 차트 4위까지 오른 바 있어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했지만 해외 시장 폭발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블랙핑크가 대표적이다. 레이디 가가, 설리나 고메즈 같은 미국 톱스타들과 협업하며 화제를 이끌며 빌보드 싱글차트 13위까지 올라섰다. 6월 발표한 ‘How You Like That’은 세계 뮤직비디오 역사상 최단 시간 1억 건 조회 기록을 세웠다.

○ 트로트, 디스코, 국악… 복고와 재해석의 진격
임영웅, 나훈아 등 신진과 옛 스타들이 함께 주목받으면서 트로트가 20여 년 만에 가요 시장에서 주요 장르로 다시 떠올랐다. 방탄소년단의 ‘Dynamite’를 비롯한 디스코풍의 인기도 이채로웠다. 박진영과 선미는 ‘When We Disco’에 디스코 리듬과 트로트 멜로디를 융합해 가요 차트를 석권했다.

블랙핑크가 한복 패션으로 화제를 모았고 한옥, 한복 등 우리 전통문화가 케이팝을 통해 해외에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퓨전국악을 뛰어넘는 새로운 세대, ‘포스트-국악’ 바람이 불었다. 판소리 ‘수궁가’를 록, 댄스 리듬과 섞어낸 그룹 ‘이날치’가 선두주자였다. 악단광칠, 추다혜차지스 등 국악과 서구 대중음악을 결합한 팀들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2020년 대중문화 결산#가요계#음반판매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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