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인생존망’ 박태준 작가 인터뷰
네이버 월요웹툰 조회수 1위 기록, 학폭가해자와 피해자 영혼 바뀌는
‘극단적 역지사지’ 연출로 큰 호평 “동생의 피해 경험 스토리에 반영
성인 돼서도 ‘그날’ 기억에 남아… 일부 캐릭터 설정 변화는 아쉬워”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뚜렷한 징계를 받지 않는 한 졸업 후 대개 멀쩡히 잘 산다. 리더십 강한 인재로 각광받거나 연예인으로 성공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달 초 연재를 마친 네이버웹툰 ‘인생존망(存亡)’의 주인공 장안철은 그렇게 현실에 널린 ‘일진 출신 사장님’을 닮았다.
연재 기간 줄곧 월요웹툰 조회 수 1위를 지킨 이 만화의 스토리와 콘티 작가 박태준 씨(36)는 장안철과 피해자 김진우의 영혼을 바꾸는 극단적 역지사지를 연출했다. 개과천선과 권선징악 결말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유머를 녹여서 더욱 현실적이 된 여러 형태의 학폭 묘사는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박 작가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10대 때 학폭 피해를 당했음을 연재 후기에 밝혔다. 피해자들이 언어장애를 겪거나 청력을 잃는 이야기를 생생히 그리는 작업이 괴롭지는 않았는지.
“가정형편이 어렵고 공부도 싸움도 못했기에 친구도 없어 자존감이 낮았다. 나 자신을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릴 때부터 꿈꿔온 만화가가 된 후 비로소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고 남의 시선보다 내 판단과 사고에 집중하게 됐다. 하지만 과거의 모든 것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극복해서 담담한 마음으로 작업했다.”
―실제 경험담을 반영한 부분이 있는지.
“친동생이 초등학생 때 고교생에게 괴롭힘 당한 적이 있다. 중학생이었던 난 그걸 보고도 용감하게 저항하는 동생을 놔두고 도망쳤다. 한참 뒤 할머니와 함께 찾아가 보니 동생은 인적 드문 길에 혼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울고 있었다. 그날의 죄책감을 만화 속 피해자 임슬기 등의 이야기에 담았다. 성인이 된 후 어느 날 울면서 동생에게 사과했더니 ‘기억 안 난다’고 하더라.”
―장안철이 개심(改心)하는 결말은 흥미로웠지만 ‘진심으로 뉘우치는 학폭 가해자가 과연 존재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게 하는데….
“수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상에서 명쾌한 이분법의 권선징악이 실현되기는 사실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서는 개과천선이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하고 싶진 않다. 장안철의 개과천선은 결말에 이르는 여러 갈림길 중 하나였고, 고민 끝에 그 결말을 택했다. 독자들이 장안철이라는 캐릭터를 많이 사랑해준 것도 내 선택에 힘을 보탰다.”
―시즌2를 계획 중이라고 들었다. 결말을 지은 후 아쉬움이 남은 부분이 있는 것인지.
“초반에 설정한 특징을 살리지 못한 캐릭터들이 있다. 장안철 대신 욕을 먹을 구제불능 인간쓰레기 가해자로 구상한 조역 구상민은 (장안철의 영혼이 깃든) 김진우의 빌드업 과정에서 희생돼 개그 캐릭터로 전락했다. 주인공의 도움 덕분에 자신이 가진 힘을 깨닫는 임슬기도 그 힘에 취해 악역으로 변하는 설정이 있었다. 선의의 도움이 꼭 선한 결과로만 돌아오지 않음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슬기에게 너무 정이 들어서 차마 계획대로 할 수가 없었다.”
―여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했는데 잘 치료됐는지.
“만화 3개를 동시에 연재하면서 건강관리를 못하고 있을 때였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후 매일 1시간씩 달리기를 거르지 않으면서 지금은 입원 전보다 오히려 몸 상태가 좋아졌다. 모두가 힘든 시기다. 독자 여러분도 자신의 일과 함께 건강관리에 유념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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