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무비 ‘기생충’ 세계 홀리고, K드라마 ‘킹덤2’ 랜선 접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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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중문화 결산 〈2〉영화-드라마
천국과 지옥 오간 K무비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이어 ‘도망친 여자’ ‘미나리’도 잇단 수상
코로나 직격탄에 산업 전체 휘청, ‘관객 500만’ 실종… 매출 64% 뚝
넷플릭스 업은 K드라마, 인기 질주… 日-동남아 이어 美-유럽 톱10 진입

위쪽부터 기생충, 미나리, 킹덤2, 사랑의 불시착
위쪽부터 기생충, 미나리, 킹덤2, 사랑의 불시착
2020년은 국내 영화산업이 최고와 최악의 순간을 오간 한 해였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전 세계 영화의 역사를 다시 썼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최초의 작품임과 동시에, 아카데미가 비(非)영어 영화에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여한 첫 사례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영화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영화 제작 지연, 신작들의 극장 개봉 연기, 관객 수 급감이 맞물리면서 제작, 투자, 배급, 극장으로 이어지는 영화의 유통 체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영화 산업이 휘청거렸던 것과 달리 ‘K드라마’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 시간이 급증한 데다,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투자로 제작비와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은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되면서다. 방송사 드라마들의 경우 스포츠, 클래식 등 각 분야 전문성을 앞세운 신인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 ‘자막이라는 1인치 장벽’ 넘은 K무비


올해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관왕을 달성하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 중 가장 파급력이 약했던 영화가 주류 시장인 북미권을 파고들면서 한류의 정점을 찍은 해였다. 기생충에 이어 홍상수 감독은 3월 ‘도망친 여자’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했다. 2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던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의 기세도 무섭다.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은 로스앤젤레스비평가협회상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진 영향이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도망친 여자와 미나리의 수상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한국 영화들이 해외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한 해였지만 코로나19로 영화의 1차 윈도인 극장이 휘청거리면서 영화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올해 극장 관객 수는 전년(2억2668만 명) 대비 73.7% 폭락한 6000만여 명으로 예상된다. 관객이 끊기면서 ‘1000만 영화’는 고사하고 ‘500만 영화’도 실종됐다.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작품은 475만 명이 본 ‘남산의 부장들’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극장, 디지털 온라인, 해외 매출을 합친 영화산업 전체 매출은 지난해 2조5093억 원에서 올해 91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6% 감소했다.

영화들이 극장 대신 넷플릭스 직행을 택하면서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라는 기존 개념도 완전히 깨졌다. ‘사냥의 시간’, ‘콜’에 이어 한국 최초 SF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았던

‘승리호’까지 넷플릭스로 향했다.

○ 넷플릭스 등에 업고 세계로 도약한 K드라마


코로나19로 인한 OTT 시청 시간 급증,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맞물리면서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회당 제작비가 각각 20억여 원, 30억 원에 달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2’와 ‘스위트홈’이 대표적이다. OTT 서비스 순위 차트를 제공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스위트홈은 공개 3일 만인 21일 넷플릭스 일일 랭킹에서 미국 7위, 독일 8위, 프랑스 6위에 올랐다.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미국과 유럽 넷플릭스 톱10에 든 건 스위트홈이 처음이다. tvN ‘사랑의 불시착’과 ‘사이코지만 괜찮아’, JTBC ‘이태원 클라쓰’는 넷플릭스 공개 직후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톱10에 들며 한류 열풍을 재점화했다.

지상파 3사 드라마에서 신인 작가들이 약진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기존 방송사들은 시청률을 보장할 유명 작가를 선호했지만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젊은 감각’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하기 어렵다는 불문율을 깨고 19.1%의 시청률을 기록한 SBS ‘스토브리그’의 이신화 작가, 변호사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SBS ‘하이에나’의 김루리 작가는 모두 신인이다.

신인 작가의 전문성을 내세운 드라마도 많았다. 교직에 몸담은 바 있는 박주연 작가는 tvN ‘블랙독’에서 기간제 교사의 삶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류보리 작가 역시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음대 졸업생들의 진로 고민을 상세히 그리면서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k무비#k드라마#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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