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역사 파악 위한 원천 사료라는 점 높게 평가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자 목판 번각본
고려 시대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자료인 ‘고려사(高麗史)’가 고려시대 역사서로는 최초로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2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번 보물 지정은 그동안 고려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사서인 ‘고려사’ 역시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새롭게 역사·학술·서지적 가치를 검토한 결과다.
현재 ‘삼국사기(三國史記)’, ‘삼국유사(三國遺事)’,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나라 고대와 조선 시대사 관련 중요 문헌들은 모두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상황이다.
이번에 총 6건의 ‘고려사’가 보물로 지정됐는데, ▲고려의 정사(正史)로서 고려의 역사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천 사료라는 점 ▲비록 조선 초기에 편찬됐으나, 고려 시대 원사료를 그대로 수록해 사실관계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뛰어나다는 점 ▲고려의 문물과 제도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수록되었다는 점 등에서 역사·문화사·문헌학적 가치가 탁월하다는 가치가 인정됐다.
특히 해당 판본들은 지금까지 전해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자 목판 번각본이라는 점에서 서지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된다. ‘고려사’는 해당 시대인 고려 시대에는 정식으로 편찬된 적이 없고, 조선 시대인 15세기에 이르러 옛 왕조의 역사를 교훈으로 삼을 목적으로 처음 간행이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1449년(세종 31)에 편찬하기 시작해 1451년(문종 1)에 완성됐고, 1454년(단종 2)에 널리 반포되었다고 한다. 다만 이때 간행된 판본은 알려져 있지 않다.
총 139권으로 편찬된 ‘고려사’는 세가(世家) 46권, 열전(列傳) 50권, 지(志) 39권, 연표(年表) 2권, 목록(目錄) 2권으로 구성됐다. 1455년(세조 1) 을해자(乙亥字)로 간행된 금속활자 판본과 그 뒤 중종 연간(1506~1544) 을해자 판본을 목판에 다시 새겼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1482년(성종 13)에 을해자로 간행한 판본 ▲ 1613년(광해군 5)에 을해자본을 번각(飜刻, 뒤집어 다시 새김)해 새진 목판본의 초간본 ▲1613년에 을해자본을 번각한 목판본의 후쇄본(17~18세기 추정) 등만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대상은 현존 ‘고려사’ 판본 중 가장 오래된 을해자 금속활자본과 목판 완질본(한 질을 이루고 있는 책에서 권수가 완전하게 갖추어진 책)이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을해자 2건/ 목판본 2건), 연세대학교 도서관(목판본 1건),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목판본 1건,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04호) 등 총 3개 소장처에 보관된 6건이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는 2종의 을해자본은 비록 완질은 아니지만, 현존 고려사 중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2종의 목판본은 각각 태백산사고와 오대산사고에 보관되었던 것으로, 모두 을해자 번각 목판 초간본이자 완질이다. 동아대 소장본과 연세대 소장본은 번각 목판본의 후쇄본이지만 완질이고, 조선 후기 민간에 ‘고려사’가 유통돼 열람·활용된 양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6건의 ‘고려사’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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