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하겠다’가 아니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아니면 도대체 누가 하겠냐며 배우, 제작진이 의기투합했죠.”
연극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로 제57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구자혜 연출가(38·사진)는 23일 “배우들에게 희곡을 건넸을 때 ‘오케이’하지 않았다면 공연은 못 올라갔을 것이다. 자막, 수화, 대사라는 언어의 힘을 작품 안에서 적극적으로 작동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 연출가는 “수상 소식을 듣고 30분이 지나서야 실감이 났다”는 소감을 전했다.
구 연출가는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배우로 하여금 무대로 끌어오게 했다. 연극계에서 그만큼 자기 신념과 미학을 가진 연출가는 드물다는 얘기가 많다. 여러 목소리를 잘 듣는 귀를 가진 그가 이제 신뢰할 만한 연출가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받는다.
성(性)소수자, 그중에서도 트랜스젠더를 정면으로 건드린 이번 작품은 트랜스젠더인 이은용 작가가 희곡을 집필했다. 구 연출가는 “해외의 퀴어 작품도 많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동시대를 겪는 당사자가 쓴 작품이라 의미가 더 크다”고 했다. 그는 “기억이 안 나는데 작업을 하면서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모든 과정이 너무 신나고 재밌다’고 했다더라”라고 말했다.
모든 연극인이 그렇듯 올해는 그에게도 불안의 연속이었다. 그는 “연습이 오후 10시에 끝나면 미아리고개예술극장 직원분들이 두 시간 동안 방역을 끝내고 퇴근했다. 공연이 무사히 올라갈 수 있도록 도운 성북문화재단의 고마운 분들이 여럿 떠오른다”고 했다.
연출가로 8년째 작업을 이어온 그는 4년 전 제53회 동아연극상에서 ‘새개념연극상’을 받았다. 그는 “‘어렵다’ ‘특이하다’ ‘난해하다’는 평을 들으며 ‘새 개념’이라고 평가받던 극단의 작품세계가 이제는 관객, 평단의 ‘인지’를 받은 것 같아 기쁘다. 상과 심사평이 큰 응원이자 위로가 된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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