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공무원스럽다’는 말, 300년前에도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6일 03시 00분


◇공무원 생리학/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류재화 옮김/216쪽·1만5800원·페이퍼로드

“그 사람 참 공무원스럽다.”

약 300년 전 프랑스에도 이런 표현이 쓰였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발자크는 공무원을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쓸데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라고 정의하며 “오전 9시에 출근하지만, 대화하고 토론하고 깃털 펜을 다듬는 일 등을 하다 보면 오후 4시 반이 된다”고 꼬집었다.

‘고리오 영감’ ‘환멸’ 등을 남긴 발자크의 잘 알려지지 않던 르포르타주 문학이다. 적나라한 비판에 억하심정이라도 있나 싶지만 공무원의 존재를 철학적, 역사적으로 분석하며 문제점을 논했다. ‘생리학’이라는 제목은 당대 유행한 일종의 문학 장르로 인물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책은 “최상의 국가는 적은 공무원으로 많은 일을 하는 국가인가, 많은 공무원으로 적은 일을 하는 국가인가”라는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공무원 생리학#오노레 드 발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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