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시가 있다는 말이 좋았다. 기미였다 두드러질 때 좋았다. 환경이 변하고 이런저런 사건의 여파가 시를 바꾸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다. 이전의 시와 다음 시의 거리를 확인하는 것도 좋았다. 그대로 그 시가 있고 어느 날 돌아볼 때 이렇게도 보이고 또 저렇게도 보이는 게 좋았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침착하고 치열한 사람들이 좋았다. 나는 그들과 그들의 시에 자주 의지해왔다.
살아가면서 쓰지 않는 삶을 배워야 했다. 읽지 않는 삶도 덤으로. 그런 건 배움과 삶이 한 몸이어서 그저 산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것도 시를 쓰는 과정이라고 혹자는 말하였지만 그건 그냥 시가 없는 세상이던데. 그럴 땐 시 쓰는 당위에 대해 생각하면 그저 이런 생각만 들었다. ‘세상엔 이미 훌륭한 시인들이 많이 있고 나는 좋은 시를 쓸 재능도 자신도 없다.’
나이가 차갔다. 구직하려 하였으나 어느 사업체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나한테는 가망이 보이지 않았다. 이것들은 구직 요망의 시일는지 모른다. 내가 아니라 내 정황이 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에 관한 나의 자질은 참혹했던 현실이지 내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언제나 현실을 함께 살아준 나의 사람들이 있었다. 받게 된 것에 따라올 이유와 책임이 있다면 전자는 그들의 까닭으로, 후자는 내가 지었으면 한다. 모두가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슬프지 않았으면 한다. 잘 지내었으면 한다. 예심 본심에서 심사해주신 분들의 노고에도 감사를 드린다.
△1994년 충남 논산 출생 △2012년 고등검정고시 합격
● 심사평 시
자연스러운 리듬감으로 과장없이 표현해
11명의 작품이 최종 논의 대상이 됐다. 우선 드는 생각은 다양성이 아쉽다는 것이다. 질적으로 고르지만 단정한 묘사와 소소한 토로가 주를 이뤘다. 예년보다 표준형에 수렴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은 모험과 담론이 활성화되지 않는 시단의 풍경을 보여주는 듯해 슬쩍 미안해지기도 했다.
‘구조’ 외 5편은 시적 묘사의 특이성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사태를 목전에 놓고 주도면밀하게 살피는 힘을 보여준다. 한 대목 한 대목 인상적인 묘사들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묘사가 구조를 이루지는 못했다. 근사하게 그려 보이는 능력은 사태를 전체적으로 헤아리는 사유 없이는 왕왕 심부름꾼의 성실함에 그치기 마련이다.
‘수변’ 외 5편은 우선 문장 단위에서 매력을 발한다. 문장의 힘과 이미지의 리듬이 조화를 이뤄 마지막까지 검토 대상이었다. 산문 투의 진술에 대한 아쉬움, 절제가 더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조금 더 기다려봄 직하다는 의견과 부합해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여름의 돌’ 외 5편이 당선작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운 리듬감 때문이다. 과장이나 과잉 없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연스러운 리듬에 실어 말할 수 있는 것은 범상해 보이나 드문 기량이다. 일종의 빼어난 ‘예사로움’에 달한 기량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여름의 돌’은 청년의 불안과 기대를 수일한 이미지와 자연스러운 리듬을 통해 순조롭게 표현해 당선에 값한다. 과감함이 숙제라면 숙제인데 안정 없는 기획보다 신뢰할 만한 시적 진술이 올해의 선택이 된 것은 당선자에게 영광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축하의 악수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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