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바꿀 미래/파라그 카나 지음·고영태 옮김/523쪽·2만5000원·동녘사이언스
인도 출신 美국제관계 전문가
아시아 문명 뛰어난 면모 분석
미래 세계지형도 바뀔 것 단언
‘아시아인들은 생각할 수 있는가(Can Asians Think)?’
이 도발적인 문장은 1993년 키쇼어 마부바니가 쓴 책의 제목이다. 싱가포르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장인 마부바니는 당시 책을 통해 세계의 흐름이 변하고 있으며, 아시아가 서양에 가르칠 것이 더 많다고 경고했다. 아시아인이 생각할 수 있느냐는 식민주의적 사고가 아닌, 아시아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연구할 시점이라면서 말이다.
20여 년이 지나 달라진 아시아의 위상은 경제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중일과 호주 등 15개국이 서명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인구 22억 명, 국내총생산(GDP) 규모 총 26조2000억 달러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불렸다. 저자는 앞으로 세계 지형도는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닌 ‘아시아 퍼스트’가 될 것이라 단언한다. 그러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의 여러 단면을 자세히 소개한다.
첫 출발은 고대 아시아 문명이다. 그리스 문명 등 서구 중심으로 쓰인 세계사의 그늘에 가려진 인도와 서아시아, 동아시아 문명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그 뒤 아시아의 주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과 사건을 제시한다. 호주와 러시아는 왜 일찍부터 ‘아시아화’에 뛰어들었는지, 미국은 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경계하는지 등 시의성 있는 주제도 다룬다.
‘아시아의 관점에서 지난 20년은 조지 W 부시의 무능력, 버락 오바마의 무성의, 도널드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의 시대’라거나, ‘서양의 오해와 달리 아시아는 중국 중심을 향해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관점이 흥미롭다. 동아시아를 넘어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광활한 아시아의 현주소를 훑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아시아에 무지한 서구인을 독자로 설정하고 있다는 한계도 느껴진다.
인도에서 태어난 저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국제 관계 전문가로 활동하고 현재는 싱가포르에 정착했다. 원제는 ‘The Future is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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