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이유[전승훈 기자의 디자인&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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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2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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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디자인 책을 펴낸 ‘엘크레(LCREER)’ 수석디자이너 이유정 씨
눈썹 디자인 책을 펴낸 ‘엘크레(LCREER)’ 수석디자이너 이유정 씨
“우리가 이렇게 마스크를 오래 쓰고 다닐지 누가 알았겠어요?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하면서 눈썹 디자인은 사람의 인상(印象)에 가장 본질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메이크업 전문점 엘크레(LCREER)의 수석디자이너 이유정 씨(48). 그는 가수 아이유, 배우 송혜교, 이나영, 이요원 등 유명 여성 연예인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28년간 활약해온 베테랑. 그가 ‘눈썹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 ‘My First Eyebrows’(지오미디어)를 펴냈다. 일반인들도 자신의 얼굴형에 어울리는 맞춤형 눈썹 디자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그는 “눈썹은 컬러풀한 립스틱이나 볼터치 화장과 달리 한 사람의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본질적인 요소”라며 “성형도 얼굴의 본질을 바꾸는 것이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하이리스크인 반면, 눈썹 디자인은 트렌드나 계절, 취향에 따라서 약간의 수정을 통해 세련되게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메이크업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을 보면 데뷔할 때는 촌스러운 것 같은데 갈수록 계속 예뻐집니다. 일명 ‘카메라 마사지’죠. 전문가가 화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단점을 보완하고, 예쁜 점을 살려주는 메이크업을 하는 거예요. 얼굴에서 내추럴하게 근본적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눈썹과 피부입니다. 그런데 피부는 바로 시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나타난다 하더라도 시간과 돈이 많이 들죠. 반면 눈썹 디자인은 한 번만 해도 확 바뀔 수 있어요. 연예인 중에도 눈썹 모양을 바꿔서 이미지가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적인 배우가 서예지예요. 서예지는 원래 남자처럼 도톰하고 두꺼운 눈썹이었는데, 약간 입체감을 주고 가벼운 느낌으로 바꾸고 나서 얼굴이 훨씬 예뻐졌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

그는 가수 아이유를 고등학생 때부터 만나 데뷔 초기 메이크업을 전담해왔다. 그는 ‘국민여동생’ 아이유의 메이크업의 비밀은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때 교복을 입은 아이유를 처음 만났어요. 아이유는 성형을 하지 않고 메이크업만으로 세련되게 이미지를 점차 바꿔온 케이스입니다. 우선 약간 까무잡잡했던 피부톤을 바꾸었고, 눈썹은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이 어울리기 때문에 둥근형 눈썹과 갈매기형을 혼합한 형태의 디자인을 찾아갔습니다. 자연모를 최대한 살리고, 부족한 부분만 살짝 채워넣어 인위적으로 그린 것 같지 않은 느낌의 자연스러운 눈썹입니다. 아이유는 과한 화장을 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점진적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여성스럽게 변화해가고 있어요.”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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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배우의 메이크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중들이 낯설어 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워지기”라고 강조했다.

“여성 연예인은 원래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예뻐지길 원합니다. 성형을 통해 갑자기 이미지를 바꾼다면, 대중들에게 내가 아닌 ‘다른 낯선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연예인들은 성형을 하기 전에 우선 메이크업으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합니다. 아이유가 만일 성형을 통해서 갑자기 변신을 했다면 ‘국민여동생’ 같은 이미지는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국민여동생이란 말은 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는 말입니다. 어색하지 않다는 말이죠.”

그는 이 책에서 ‘뷰티는 사치가 아니라 가치’라고 강조한다. tVN 드라마 ‘여신강림’의 주인공처럼 요즘은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유튜브를 통해 메이크업을 배워 전략적으로 이미지를 바꾸는 데 활용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직접 자신의 얼굴을 메이크업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실습하고, 컨설팅해주고 있다. 20~30대 여성 뿐 아니라 면접시험을 앞둔 20대 남성, 40~50대 정치인, 기업 CEO 들도 중요한 대외행사를하기 전에 눈썹 디자인 컨설팅을 받기 위해 찾는다고 한다.

“동양의 관상학에서도 눈썹은 한 사람의 인품과 자신감, 조화를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중요시합니다. 정치인이나 기업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입니다. 무조건 강해보이는 것보다 호감도가 있어야하죠. 눈썹이 아래로 향하는 것보다는 눈썹산(눈썹의 3분의2 지점 높은 부분)이 약간 올라간 것이 좋아요. 눈썹의 흐린 부분을 채워주고, 눈썹 끝부분을 부드럽게 정리해서 온화하면서도 힘이 있는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그의 눈썹 디자인의 제1원칙은 ‘균형’이다. 그는 “얼굴 메이크업은 독주가 아니라 합주”라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중요시한다.

“얼굴을 집이라 하고 눈, 코, 입은 가구나 가전제품에 비유해보죠. 10평 남짓의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100인치가 넘는 TV를 갖고 싶다면 어떨까요? 자신의 일부 단점을 가리기 위한 메이크업에 치중한 나머지 전체 이미지의 균형을 깨뜨리면 안됩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보다는 숲 전체의 아름다움을 생각해야 하지요.”

긴형 얼굴에는 ‘아치형’ 눈썹 보다는 ‘일자 수평형’(오른쪽) 눈썹이 길어보이는 얼굴을 보완해 줄 수 있다.
긴형 얼굴에는 ‘아치형’ 눈썹 보다는 ‘일자 수평형’(오른쪽) 눈썹이 길어보이는 얼굴을 보완해 줄 수 있다.


―‘눈썹 디자인’이란 개념은 생소한데.

“이제는 ‘셀프 시대’입니다. 요즘엔 세차도, 주유도 셀프로 하잖아요. 메이크업도 평생 신부화장, 돌잔치 때나 한번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디자인해서 매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관상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게 눈썹과 코예요.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느라 얼굴에서 ‘아이존(Eye Zone)’이 무척 중요해졌어요. 요즘 검색어를 조사해보면 눈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눈성형, 눈화장, 쌍커풀 수술은 많이 대중화됐고, 어느 병원에 찾아가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눈썹 디자인은 어디서 배울 수 있는지 알지 못해요. 단순하게 눈썹을 정리하고, 채워넣는 것이 아니라 얼굴형과 눈매를 보완해서 나에게 맞는 눈썹을 찾아주고 직접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눈썹 디자인입니다.”

―두껍고 진한 눈썹이 좋은 것인가.

“무게감이 너무 강하면 얼굴 이목구비 전체 밸런스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눈썹에서 일부분만 숱이 너무 많은 경우에는, 눈썹의 숱을 줄여 무게감을 빼줘야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초보운전자들은 보통 앞만 보고 운전하지만, 베테랑 운전자들은 방어운전도 할 줄 압니다. 얼굴형과 계절, 트렌드, 취향에 맞게 눈썹도 변화해서 디자인하면 좋죠. 동양인들은 유럽인들보다 눈썹의 모양이 얼굴 인상에 더 큰 영향을 끼칩니다. 유럽인들은 얼굴의 중앙 부분인 코, 이마에 볼륨감이 있는 형태인 반면, 동양인들은 중앙이 밋밋하고 외곽이 발달해 있지요. 그래서 동양인들에겐 살짝 입체감 있는 눈썹이 좋습니다. 밋밋한 얼굴에 눈썹도 일자일 경우에는 더 밋밋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나에게 맞는 옷을 찾는 것처럼, 나에게 맞는 눈썹을 찾게 된다면 다른 이미지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미지 변신하는 데 성형과 메이크업을 비교한다면.

“어떤 연예인의 눈, 코, 입술이 예쁘다고 해서, 특정 부분만 그렇게 바꿔달라는 것은 불가능한 욕심입니다. 성형에 대해서는 해야 한다, 할 필요 없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우선 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부분을 가지고 최대한 디자인으로 얼굴의 밸런스를 조금씩 맞추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성형을 하더라도 일단 메이크업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과정을 통해 나만의 퍼스털한 이미지를 찾은 다음에 하다보면 훨씬 자연스럽게 될 수 있습니다. 기획사에서도 소속 연예인들을 처음부터 성형외과로 데려가지 않아요. 메이크업 전문가가 계속 이런 스타일, 저런 스타일로 시도해보면서, 메이크업으로 고칠 수 있을 때까지 업그레이드를 시켜놓고,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바꿔나가죠. 그런데 일반인들은 그런 과정을 빼고 그냥 병원에 가서 성형수술을 합니다. 그래서 맘에 안 들면 또 하고, 또 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합니다. 성형 전에 본인이 자신의 얼굴형에 맞는 보정을 고민하고, 준비한다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얼굴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메이크업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무용공연을 하는데 분장하시는 분의 작업 광경을 봤어요. 남자 분이었는데 전문적인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대학 졸업하고 미용학원을 다니고 방송, 영화계에서 연기자들의 메이크업을 해주는 아티스트로 활동했죠. 영어도 학원에서 배우고, 운전도 하려면 면허를 따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초중고 학생들도 화장을 하는데 친구들 화장 따라하다 보니까 모두 똑같은 스타일이예요. 일반인들의 경우에 평생 결혼할 때 정도 한번 전문 메이크업을 받을 뿐 메이크업을 배울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일반인도 직접 배워서 할 수 있는 내 얼굴에 맞는 눈썹 디자인에 대한 책을 내게 됐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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