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것’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을 특별하게 여기는 태도는 버릴 때가 지났다. 4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리는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외국 연구자의 한국미술 연구’전은 한국 미술을 연구한 외국인과 관련된 책, 전시자료, 사진 등 100여 점을 담담하게 미시적 시선으로 정리한 전시다.
석비를 짊어진 귀부(龜趺·거북 모양의 받침돌) 그림을 새긴 빛바랜 푸른색 표지의 독일어 책 ‘한국미술사(Geschichte der Koreanischen Kunst)’는 1929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가톨릭 베네딕트회 신부 루트비히 오토 안드레아스 에카르트(한국명 옥낙안·1884∼1974)가 펴낸 책이다. 속표지에 사천왕상 그림을 담은 225쪽 분량의 이 책은 영국 런던에서 영문판으로도 동시에 출간됐다. 1909년부터 19년 동안 선교사로 조선에 머문 그는 독일로 돌아가 바로 이듬해 발표한 이 책에 작품 삽화와 도판, 당시 한반도 지도를 포함한 이미지 500여 장을 수록했다.
에카르트는 서문에서 ‘조선의 미술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이 땅의 미술이 지나온 긴 자취를 기술했다. 조선어 발음 유의점까지 꼼꼼하게 설명한 그는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다.
“조선 미술에서는 놀라운 간결성이 보인다. 세련된 감각으로 선과 형태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며 조각 장식을 절제한다. 중국 미술에서 당연한 요소처럼 나타나는 윤택함을 조선의 예술가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완결성에 대한 욕구가 부족하며 과거의 형식미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1957년 촬영한 흑백사진에서 이응노, 도상봉, 이마동, 김영기 등 흰색 양복을 차려입은 화가들과 함께 선 여성은 엘런 프새티 코넌트 미국 조지아대 동양미술 교수(생몰연도 미상)다. 함께 전시된 그해 8월 21자 동아일보 기사는 “코넌트 여사의 소개로 뉴욕 유명 갤러리에 우리 현대미술 작품 70여 점이 전시된다”는 내용을 실었다.
“조선의 미는 비애미(悲哀美)”라고 주장해 논란을 낳은 일본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1922년 발표한 소책자 ‘조선의 미술’ 등 옛 자료뿐 아니라, 지난해 미국 미술사학자 케이 블랙(1928∼2020)이 펴낸 ‘책거리(책과 벼루, 먹, 붓 등의 문방구류를 그린 그림): 한국의 퍼즐 맞추기’ 등 최신 자료도 함께 전시했다.
김달진 관장은 “한국 미술에 대한 연구가 단순히 ‘고유하고 독자적인 한국의 미’에만 초점을 두고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숨겨진 다양성을 최대한 드러내 ‘낯선 우리’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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