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수상한 하버드대 교수
창의성 원천으로 ‘인문학’ 주목
“과학은 예측 가능한 현실 탐구, 인문학은 환상의 세계까지 다뤄
두 가지 융합할 때 창의력 확장”
‘창의성이 경쟁력’이라는 말도 옛말이 된 시대다. 창의성은 이미 경쟁력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 애플 아이폰으로 정보기술(IT) 업계에 혁신을 불러온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으로 사람을 잇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전기자동차와 스페이스X 우주선으로 이동 산업을 뒤흔드는 일론 머스크 등의 남다른 창의성에 세계는 감탄한다. 저들이 어떻게 창의성을 키웠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자녀를 그렇게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도 많다.
미 하버드대 교수이자 퓰리처상을 2번이나 받은 저자는 창의성은 어디서 오고,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지를 파헤친다. 이를 통해 아직도 미지의 세계에 남아 있는 창의력을 확장하자는 것이다. “바야흐로 제3차 계몽시대를 열고 있다”는 추천사처럼 저자는 창의성이 인간을 계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역설한다.
저자가 창의성의 뿌리로 주목하는 건 ‘인문학’이다. 인문학처럼 무엇인가를 해석하는 능력이 인간을 ‘동물’에서 해방시켜 인간으로 만드는 근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숭이는 한 개체가 고구마를 물에 씻는 모습을 본 뒤 그대로 따라하지만 인간은 언어로 이를 전달한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문장은 자연현상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이른다.
그러나 인문학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같은 분야에 밀려 연구 지원금이 줄고 일자리 경쟁에서도 밀린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저자는 인문학이 과학에 조금 더 개방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이 세상 만물의 궁극적 원인을 찾으려고 애쓰면서 세상이 발달했지만 인문학은 이를 응용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생물학의 틀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다윈의 진화론처럼 과학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고생물학, 인류학, 심리학, 진화생물학, 신경생물학 등 ‘빅 파이브(Big Five)’를 “인문학의 우군”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빅 파이브가 “자연 선택이 구석구석까지 프로그래밍해” 온 인간의 생물학적 본질을 밝혀 준다는 것. 인문학의 토대인 인간 본성과 인간 조건을 해명할 열쇠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주장은 과학만이 유일한 진리라는 ‘과학 제국주의’로 경도되지는 않는다. 과학적 사실을 판단하는 역할을 인문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이 인문학의 토대가 된다면, 인문학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며 “과학 이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현실 세계를 다루지만, 인문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무한히 많은 모든 환상 세계까지 다룬다”고 한다.
인문학과 과학이 융합되면 창의성이 이상적으로 발휘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과학의 발달로 우주 탐사가 이뤄지자 각종 SF 소설과 우주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예술작품을 받아 영감을 받은 이들이 다시 과학자가 돼 우주를 연구한다. 예술작품이 내놓은 가설을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해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계몽운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결론을 맺는다. “과학과 인문학의 관계는 철저히 호혜적”이라며 “과학이 인문학의 토대가 된다면 인문학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고 역설한다. 과학이 죽어가는 인문학에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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