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우주비행사 13명의 이야기
남성 조종사만 선발하던 시대
성차별 극복 과정 생생하게 기록
“이제 그만 좀 합시다. 파일에 철할 것.”
린든 존슨 미국 부통령은 1962년 3월 15일 리즈 카펜터 보좌관이 작성한 편지 초안에 자필로 이렇게 휘갈겨 썼다.
수신자는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을 총괄한 제임스 웨브 국장. 편지 내용은 우주비행사 자격 테스트에 통과하고도 ‘머큐리 프로젝트’(미국 정부가 1958∼1963년 진행한 첫 유인 우주 계획) 선발에서 제외된 여성 비행사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존슨은 여성 및 유색인종에게 평등한 고용 기회를 보장하도록 규정한 ‘사회적 약자 우대 정책’에 서명한 당사자였다.
냉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자 충격을 받은 미국은 소련보다 먼저 자국민을 우주로 보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1959년 4월 9일 선발된 7명의 우주비행사 ‘머큐리 세븐’은 모두 백인 남성이었다. 이 책은 당시 이들과 경쟁을 벌인 여성 비행사 13명의 이야기를 다뤘다.
성차별이 완연했던 1950, 60년대 이들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언론은 ‘우주 처녀들’ ‘우주비행사 아가씨’ ‘우주 인형들’이라고 부르며 이들의 신체 치수와 외모에만 관심을 쏟았다.
정부 당국자들의 시선도 언론과 대중의 편견을 넘어서지 못했다. 특히 존슨 부통령은 여성 비행사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여성을 우주로 보낸다면 흑인이나 아시아계 미국인도 뽑아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성차별이 인종차별과 맞닿은 ‘구조적인 모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의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헛되지 않았다. 이로부터 약 40년 뒤인 1999년 아일린 콜린스(사진)는 여성 비행사 중 최초로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사령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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