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조류학자가 쓴 ‘닭의 모든 것’
진화 과정과 재밌는 상식 소개
“목 주변 근육이 가장 맛있어요”
이 책을 읽기 전 준비해야 할 음식이 하나 있다면 대표 야식 메뉴 치킨일 거다. 저자는 치킨 한 마리를 앞에 놓고 조류의 진화사를 설명한다. 왜 하필 닭이냐고 묻는다면 정육코너 등에서 통째로 몸통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조류이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닭의 기원은 공룡이다.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키랍토르처럼 사나운 이족 보행 공룡에서 나왔다. 그런데 근육질 꼬리와 무거운 몸으로 갑자기 하늘을 날 순 없는 법. 오랜 시간에 걸쳐 하늘을 나는 데 적합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
특히 새의 몸은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경량화됐다. 비상과 관련 없는 부위는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고 간결화돼 중력의 영향을 줄였다. 반면 추진력을 얻기 위해 날개 끝이나 안심 근육은 강화됐다.
치킨에서도 날기 위한 진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부위가 가슴살이다. 새는 몸 대비 가슴근육의 비율이 30%로 다른 동물에 비해 유난히 높다. 닭의 가슴근육 덕분에 힘차게 날갯짓을 할 수 있다. 소나 돼지의 가슴살이 단독 부위로 판매되지 않는 건 포유류이기에 해당 부위가 발달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닭발도 그렇다. 닭은 앞을 향하고 있는 세 개의 발가락과 뒤를 향하는 한 개의 엄지를 갖고 있다.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는 발가락 모양 덕에 조류는 나뭇가지를 쥐기가 수월해졌다. 조류가 비상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얻은 유전 형질이다.
이 책은 일본의 유명 조류학자가 썼지만 조류의 진화만 다루지는 않는다. 알고 먹으면 더 재밌는 닭에 대한 상식을 소개한다.
저자는 육수 재료인 닭 뼈에 붙은 살을 추천한다. 특히 등 부위에 있는 목 주변 근육이 맛있다는 것. 부리로 먹이를 줍는 닭은 부지런히 목을 움직이는데, 이때 근육에 탄력이 생겨 씹을수록 깊은 맛을 낸다. 궁금하다면 오늘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해 보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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