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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타 A장조’ 압도적 인기
순환형식-돌림노래-조바꿈 등
프랑크만의 특유 개성 집약
세자르 프랑크(1822∼1890·사진)를 ‘대중적’인 작곡가라고는 말하기 힘들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성가곡 ‘생명의 양식’으로 주로 기억되죠. 하지만 연주자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곡이 있습니다. 64세 때인 1886년에 쓴 단 한 곡의 바이올린 소나타입니다. 프랑크는 이 소나타 A장조를 당시 스물여덟 살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에게 결혼 선물로 주었습니다.
음반도 많이 나와 있고 음악애호가들도 제법 좋아하는 곡이지만 연주자들이 이 곡을 더 사랑하는 편입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만든 곡인데, 첼리스트와 플루티스트도 원래 첼로나 플루트를 위해 쓰인 것처럼 즐겨 연주합니다. 심지어 색소폰이나 튜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악기 연주자들이 연주한 이 곡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연주자들이 유독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곡에는 프랑크가 가진 고유한 장기들이 꼭꼭 다지듯 집약되어 있습니다. 몇 가지만 들자면, 순환형식, 돌림노래, 잦은 조바꿈을 들 수 있겠습니다.
순환형식이란 앞의 악장들에 나왔던 선율이나 동기(모티브)를 뒤의 악장들에 다시 불러내는 것을 말합니다. 약간 바꾸어서 쓰거나, 거의 그대로 가져오기도 하죠. 실은 베를리오즈나 리스트 등 먼저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곡가들의 전통을 계승한 것입니다. 순환형식을 사용하면 처음엔 불분명했던 것들이 뒤로 갈수록 모이면서 통일되고 또렷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이 곡의 마지막 악장에서는 앞의 악장들에서 제시된 것들이 새로운 질서를 이루면서 지혜를 전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같은 시대에 나온 다른 작곡가들의 소나타에서 느끼기 힘든 매력입니다.
돌림노래는 설명하기 쉽습니다. 어릴 때 많이 불러봤죠? ‘오리는 꽥꽥’ ‘다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같은 노래를 여러 명이 시간차를 두고 시작하면 화음을 이루면서 듣기 좋은 노래가 되죠. 이른바 ‘카논’이라고 하는 기법의 일종인데, 카논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카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소나타 A장조의 마지막 4악장에서 프랑크는 이 돌림노래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매우 아름다운 효과를 냅니다. 피아노가 앞서가고, 바이올린이 쫓아갑니다.
이 곡의 마지막 매력으로는 프랑크 특유의 잦은 조바꿈(전조·轉調)을 들 수 있습니다. 프랑크는 섬세한 조바꿈을 통해 환상적인 효과를 내는 데 달인이었습니다. 제자였던 작곡가 댕디나 뒤파르크에 따르면 프랑크는 제자들이 제출한 작품에 몇 줄 동안 조바꿈이 나오지 않으면 작품이 단조롭다며 바로 주의를 주었다고 합니다. 이런 자유로운 조바꿈 때문에, 연주자들은 프랑크의 곡을 연주할 때마다 마치 공중에 뜬 사다리를 휙휙 갈아타는 듯이 자유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 됩니다. 한 플루티스트는 이런 조바꿈이 마치 프리즘으로 분할한 빛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2월 4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목요일’ 콘서트에서는 2018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 이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9세 나이로 3위에 오른 뒤 주목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이 피아니스트 박영성과 프랑크 소나타 A장조를 연주합니다. 전반부에서는 모차르트와 그리그의 소나타를 연주하고, 프랑크에게서 소나타를 선물받은 이자이의 곡 ‘슬픈 시’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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