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의 톈안먼(天安門)은 600여 년 동안 수많은 군중의 운집을 지켜보았다. 1919년 5·4운동, 30년 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다시 40년 뒤 톈안먼 운동은 각각 오늘의 중국을 만드는 전환점을 이뤘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사건을 바탕으로 중국의 오늘을 분석하고 내일을 전망한다. 그 시선은 집약적이면서 개괄적이다. 세 가지 사건을 추동한 근원과 여러 계기, 한계와 성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시선과 세계 체제에 끼친 영향을 두루 짚는다.
5·4운동은 이후 베이징에서 거듭될 정치적 격변의 모델이었다. 단체별로 결집해 톈안먼 앞에서 대규모 대회를 열고 거리로 나가 시위하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형태다. 젊은 지식인층, 즉 ‘신(新)청년’이 주체가 된 점이 이전 정치운동과 달랐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국민당의 부패, 미소의 노선 전환 등 흔한 분석에 머물지 않고 저자는 ‘지역토호 배제’에 확대경을 댄다. 중국은 왕조 시대부터 국민당까지 지역 권세가들이 주민들에 대한 징병권과 징세권을 대리했다. 공산당은 대중과 국가 사이에 자리한 토호들을 배제해 부패와 비능률을 청산할 수 있었다.
승리한 ‘신중국’은 초기에 계급연합과 혼합경제를 수용한 ‘신민주사회론’을 강조했다. 5년 뒤 과도기 총노선을 채택하면서 신민주사회 노선은 사회주의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마오쩌둥 노선에 굴복했다. 결정적 계기는 6·25전쟁 참전이 불러온 동원 체제였다.
1989년 톈안먼 사건의 기원은 다층적이다. 저자는 1957년 중국 민주운동, 1978∼80년 민주운동으로부터 학습된 영향을 중시한다. 무엇보다 ‘좌절된 신민주사회’에의 열망과 재평가가 미친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저자는 톈안먼 강제 진압 후 민간의 정치적 발언권이 상실된 데 아쉬움을 표하며, 중국이 1989년 보였던 ‘민(民)’의 자치와 결집’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 사건에서 저자가 견고하게 유지한 분석틀은 ‘근대 적응과 근대 극복의 이중과제론’이다. 근대의 극복이나 성취 모두 단독으로는 이룰 수 없고 양자를 겸해야 온전히 수행 가능하다는 관점이다. 저자 스스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말할 만큼 학계 밖의 독서인에게는 쉽지 않은 분석틀이지만 이를 피하면서 이 책을 바로 대면할 방법은 없다.
마지막에 저자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중국 공산당은 계속 집권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계속 집권’에 무게를 둔다. 단, 어떤 공산당인가가 중요하다며 인민의 자발적 참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그 다음 질문, 미중 대립과 변화하는 강대국 질서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무엇인가. 저자는 ‘중국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넘어 ‘중국에게 우리가 무엇인가’로 물음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남북이 분단된 상태를 평화적으로 극복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평화롭고 인간다운 생태를 수립한다면, 중국에 대한 한반도의 비중은 커질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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