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첫 국산 라디오가 영화산업 꽃피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일 03시 00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근현대 소장품 4점’ 사회문화적 의미 분석

1959년 11월 15일 나온 최초의 국산 라디오 ‘금성 라디오 A-501’(왼쪽 사진). ‘A’는 가정용 전기를 사용한다는 뜻이고 ‘5’는 5개의 진공관, ‘1’은 일련의 제품 중 첫 번째라는 의미다.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근황과 감사인사를 담아 후원자에게 보낸 편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1959년 11월 15일 나온 최초의 국산 라디오 ‘금성 라디오 A-501’(왼쪽 사진). ‘A’는 가정용 전기를 사용한다는 뜻이고 ‘5’는 5개의 진공관, ‘1’은 일련의 제품 중 첫 번째라는 의미다.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근황과 감사인사를 담아 후원자에게 보낸 편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금성 라디오 A-501’. 1959년 11월 15일 금성사가 국내 최초로 생산한 라디오의 모델명이다. 대부분의 전자기기를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 국산 라디오의 의미는 단순한 상품에 그치지 않았다. 라디오가 일반에 보급되자 이와 연관된 시장과 문화가 만들어졌다. A-501을 소장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대한역박)은 “금성 라디오의 탄생은 1960, 70년대 ‘기술만이 국력’이라는 구호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대한역박이 근현대 시기 소장품 4점을 집중 연구한 성과를 보고서로 최근 발간했다. 박물관은 약 15만 점의 소장품 가운데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친 상설전시실 전시유물 4점을 선정했다. 금성 라디오-501과 장면 정부 보고 자료인 ‘경제발전을 위한 대정부 건의’, 6·25 전쟁고아 감사편지, 조선총독부 철도국의 금강산 안내지도다.

62년 전 등장한 최초의 국산 라디오는 ‘라디오 드라마’ 시대를 열었다. 금성 라디오의 출시 당시 가격은 2만 환으로 수입 라디오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라디오가 급속도로 대중에게 보급될 수 있었던 이유다. 이에 힘입어 1964년 10월부터 방송된 라디오 드라마 ‘우리아빠 최고’는 높은 인기를 끌어 400회까지 제작됐다.

성공한 라디오 드라마는 영화로 제작됐을 때 흥행에 성공할 확률도 높았다. 영화 제작자들은 실패를 줄이기 위해 ‘청실홍실’을 비롯한 라디오 드라마를 원작으로 다수의 영화를 만들었다. 국산 라디오 보급이 국내 영화산업 발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보고서는 라디오 조립을 국가산업 관점에서 받아들인 국내 분위기도 짚었다. 당시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선 라디오 조립이 취미생활로 여겨졌지만 생산기반 시설이 절대 부족했던 한국에선 국가산업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1960년 12월 발간된 ‘경제발전을 위한 대정부 건의’는 장면 정부가 추진하려 한 경제정책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는 문건이다. 박물관은 당시 종합경제회의를 심층 분석해 장면 정부가 경제발전을 위해 수행한 활동을 조명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유물이나 과거의 문건만이 좋은 연구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흔한 종이쪼가리처럼 보이는 소장품도 훌륭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만든 ‘금강산 관광 안내 리플릿’은 일제강점기 때 금강산 관광산업의 실체를 조명할 수 있는 문건이다. 1897년 6월 12일자 독립신문에는 금강산 관광객 모집광고가 실렸다. 금강산 단체관광은 일제가 식민통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조직한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에서 본격화됐다. 그러다 1930년대 후반 들어 일정별 관광 코스가 정해지고 인근 여관을 소개할 정도로 체계화됐다. 박물관은 보고서에서 “금강산은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전 순수한 조선 민족심의 상징인 동시에 관광이라는 외피를 입은 식민성이 현현한 장소였다”고 분석했다.

6·25 전쟁고아 편지는 보호자를 잃은 고아와 보육단체들이 후원자들의 원조를 지속적으로 받아내기 위해 어떤 피드백을 보냈는지를 알 수 있다. 김시덕 대한역박 조사연구과장은 “생활용품 연구는 사료가 아닌 실물 중심으로 접근하기에 당시 생활사와 사회문화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라디오#국산 라디오#영화산업#대한민국역사박물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