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상륙… 해외 팝 많은데 아이유가 없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3일 03시 00분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사용해보니
국내 없는 최신 음원 서비스, 세련된 기능-디자인 돋보여
한국어 가수 설명-곡명 미흡… 19금 콘텐츠 문제 해결 못해

2일 국내에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사용자 화면. 향후 국내 음원, 국내 맞춤형 서비스, 한국어 설명 등을 계속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스포티파이 제공
2일 국내에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사용자 화면. 향후 국내 음원, 국내 맞춤형 서비스, 한국어 설명 등을 계속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스포티파이 제공
아이유는 없고 해외 팝은 많다. 한국화(化)는 미흡하나 기능과 디자인은 돋보인다.

2일 한국판 서비스를 기습적으로 개시한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뚜껑을 열어 보니 그렇다. 2008년 스웨덴에서 출발한 스포티파이는 다양한 플레이리스트(추천 재생 목록)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전 세계 음악 소비 트렌드를 선도했다. 전 세계 3억 명의 이용자를 거느렸다. 그러나 애플뮤직 한국판(2016년 개시)이 고전을 면치 못했듯 멜론, 지니 등 토종 서비스에 익숙한 한국 사용자의 벽은 넘기 힘들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한국판 스포티파이는 국내 음원 시장의 최강자인 아이유를 잡는 데 결국 실패했다. 국내 1위 사업자 멜론과의 줄다리기가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보유한 콘텐츠기업 카카오엠은 애플뮤직 한국판 출시 당시에도 아이유 등 여러 가수의 음원을 제공하지 않았다. 국내 음원 플랫폼 소비량에서 ‘낮 돌(아이돌) 밤 아(아이유)’ 중 후자로 군림하는 아이유는 카카오엠의 입장에서 보면 경쟁 상대로 상륙하는 해외 사업자를 주무를 최대의 카드다. 아이유뿐 아니라 김광석, 잔나비, 임영웅 등의 음원도 일부 디지털 싱글이나 다른 가수와 협업한 곡을 제외하면 스포티파이 한국판에서 계약 문제 탓에 거의 서비스되지 않는다. 오히려 스포티파이 해외판에서는 이 곡들을 모두 들어볼 수 있다. 향후 추가 음원 확보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스포티파이 코리아 측 입장이다.

한국어 서비스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를 비롯해 다수의 가수 설명이 영어로 돼 있다. 곡명도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가 ‘I Will Go To You Like the First Snow’로 돼 있는 등 한국화가 안 된 항목이 적지 않다.

국내외 플랫폼에 상존했던 ‘19금’ 콘텐츠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국내 플랫폼에 정식 서비스가 안 되지만 스포티파이에서는 들을 수 있는 미국 데스메탈 밴드 ‘캐니벌 콥스’의 살인마 1인칭 시점 가사는 성인 인증 없이 실시간 가사 서비스까지 보며 들을 수 있다.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는 스포티파이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밴드 킹 크림슨, 호주 로커 닉 케이브의 최신 앨범 등 국내 플랫폼에서는 서비스되지 않는 음원을 포함해 6000만 곡 이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40억 개가 넘는 플레이리스트를 탐색하는 것은 가히 ‘음악적 지구 대탐험’에 가깝다. 노래를 듣는 동안 해당 가수의 3, 4초짜리 세로 영상을 반복 감상할 수 있는 ‘캔버스’ 기능은 젊은 세대가 열광할 만하다. ‘슬픔 조각가’ ‘잘했어 오늘도’ 같은 한국판 특화 플레이리스트도 여럿 갖췄다. 단, 국내 플랫폼들이 스포티파이의 감성적 플레이리스트를 이미 벤치마킹해 내놓은 탓에 신선한 느낌은 크지 않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서비스되는 광고 포함 무료 버전이 빠진 것도 눈에 띈다. 요금제는 1인용인 ‘프리미엄 개인(월 1만900원)’과 2인이 함께 쓸 수 있는 ‘프리미엄 듀오(월 1만6350원·이상 부가세 별도)’로 구성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일주일간 무료 체험이 가능하고, 자동결제용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3개월 추가 무료 체험을 할 수 있다.

박상욱 스포티파이 코리아 매니징 디렉터는 “국내 음악 스트리밍 생태계의 동반성장을 가속화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한국 음악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스포티파이#음원#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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