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없는 작가들 펀딩 사이트 통해 후원금 받고 출간
‘죽고싶지만 떡볶이…’ 백진희 작가 대표적
출간後 베스트셀러 “펀딩 후원자들이 열혈 독자가 된다”
“요즘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출간할 만한 작품을 찾는 게 일이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자신의 일상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 편집자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출간한 작품들은 최신 트렌드에 기민한 2030세대의 입맛에 딱 맞아 판매량에도 도움이 된다”며 “제안이 늦으면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이미 맺은 경우가 잦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텀블벅, 와디즈 등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화제가 된 작품을 출판사들이 출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본이 부족한 이들이 자신이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법이다. 벤처기업에서 주로 사용했지만 게임 공연 사진 영화 음악 등 문화 예술인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많이 활용하고 있다. 특히 무명작가들이 펀딩을 통해 자신이 쓴 글에 대한 후원을 받은 뒤 출간해 성공하는 경우가 늘면서 출판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백진희 작가가 우울증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과정을 담은 에세이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2018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올라온 뒤 인기를 끌어 2000만 원이 모였다. 같은 해 6월 출판사를 통해 종이책으로 출간된 뒤에 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출판계에선 크라우드 펀딩의 신화로 불린다.
무명작가들은 책과 함께 ‘굿즈’를 배송하며 후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미예 작가는 텀블벅에서 자신이 쓴 소설에 대한 후원자를 모집했다. 후원한 이들에겐 독립 출판한 책과 메모지, 스프링노트, 머그컵 등을 직접 포장해 배송했고, 목표금액인 100만 원의 18배가 넘는 1812만 원이 모였다. 지난해 7월 출판사를 통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이 출간된 후 30만 부가 팔렸다.
우리나라의 요괴에 대한 정보를 모은 ‘한국요괴대백과’와 페미니즘 서적 ‘사표 내지 않는 여자들을 위한 야망안내서’는 각각 1억 원, 7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모으며 독립출판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크라우드 펀딩의 영향력이 커지자 출판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 출판사는 1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회의 때 꼭 최근 인기 있는 크라우드 펀딩 작품 출간 여부를 논의한다. 유명 저자를 접촉하는 대신 매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접속해 인기를 끄는 프로젝트를 찾는 게 유용하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출간을 팬덤 문화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김명래 쌤앤파커스 편집자는 “후원자들이 종이책 출판 이후에도 홍보를 자처하는 열혈 독자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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