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표절 6년만에… 돌아오는 신경숙 “마음이 무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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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월말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공식 복귀’
국내 언론중 본보와 첫 인터뷰… 아버지의 삶 통한 가족 이야기 그려
웹 연재때 못쓴 말들 다시 쓰고 보충
“절필 가혹” “성급한 신작활동” 국내 문학계 반응은 엇갈려

신경숙은 웹매거진에 연재한 장편소설을 수정해 이르면 이달 말 단행본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2015년 표절 논란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동아일보DB
신경숙은 웹매거진에 연재한 장편소설을 수정해 이르면 이달 말 단행본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2015년 표절 논란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동아일보DB
“하…. 마음이 무겁네요.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건 끝까지 다 해놓고….”

이르면 이달 말 출간되는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로 공식 복귀하는 소설가 신경숙(58)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그는 2015년 표절 사건 이후 6년 가까이 칩거했다. 이날 그는 인터뷰 중간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신경숙이 국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2015년 6월 이후 5년 8개월 만이다.


그가 이번에 단행본으로 펴내는 장편소설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웹매거진 창작과비평에 연재한 소설을 수정한 것이다. 2008년 출간한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천착했다면 지난해 웹매거진에 연재한 작품은 아버지의 삶을 통해 가족을 이야기했다. 웹매거진 버전 소설은 화자인 ‘나’가 나이 든 아버지와의 추억을 계기로 유년 시절과 가족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신경숙은 지난해 12월 웹매거진에 연재를 마치면서 “이동도 만남도 제한된 나날 속에서 연재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생각하는 것조차 아찔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경숙은 출간 준비 상황을 묻자 “아직 책은 교정하는 중”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출간이 밀려 다음 달 초에 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단행본으로 묶으며 소설을 많이 고쳤냐는 질문엔 “틀은 그대로다. (연재 때) 못 쓴 말들을 다시 쓰고 보충했다”고 했다. 연재를 마친 뒤에 작품을 퇴고해 작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신경숙은 2015년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며 파장이 커지자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그는 이후 2019년 계간 창비 여름호에 중편소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했지만 언론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았다. 그는 “30년 넘게 이어진 제 글쓰기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본 길고 쓰라린 시간이었다”라는 입장문만 냈다. 지난해 웹매거진에 ‘아버지에게 갔었어’의 연재를 시작할 때도 웹매거진을 통해 “사실은 오그라든 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심경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정도다.

그는 신작 출간에 맞춰 기자회견을 할 계획을 묻자 “아직 그런 생각은 못 해봤지만 이젠 해야겠다. 정말로”라고 했다. 출간 준비를 끝낸 뒤에 기자회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냐고 다시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웹매거진에 연재된 소설을) 잘 읽었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신경숙의 공식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에선 그동안 이어져 온 활동 중단이나 절필이 가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그의 표절 사건이 한국 문학계 전체에 파장을 미쳤는데 성급하게 신작 활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결국 그의 복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신경숙은 문단뿐 아니라 독자의 지지로 큰 작가인 만큼 신작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그의 복귀가 옳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출판계 관계자는 “표절 논란과 별개로 두고 신간을 읽을 순 없지만 새 작품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표절#신경숙#장편소설#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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