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앞둔 SF거장의 소설, 신장판 전집 재번역한 김승욱
우주시대 맞은 인류 모습 그려 “대작이지만 술술 읽힐겁니다”
“다시 읽어 보니까 땅 파고 들어가고 싶던데요.”
SF 거장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 전집(황금가지·사진)을 번역한 김승욱 씨(55)가 겸손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2001년 ‘듄’ 한국어 번역본이 처음 출간될 당시 번역을 맡았던 김 씨는 지난달 22일 같은 출판사에서 20년 만에 재출간된 신장판 전집을 재번역했다. 그런 김 씨를 15일 동아일보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듄’은 허버트가 1965년부터 20년간 쓴 SF 대작이다. 우주시대를 맞은 인류의 모습을 다뤄 SF 장르가 발달하지 않았던 한국에서도 마니아층의 인기를 끌었다. 황금가지는 10월로 예정된 드니 빌뇌브 감독 영화 ‘듄’ 개봉을 앞두고 당초 18권 분량의 반양장으로 펴냈던 이 전집을 6권짜리 양장본으로 묶어 재출간했다.
‘듄’ 전집의 재출간 소식을 듣고 김 씨는 책 전체를 직접 검토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계약된 인세 이외엔 별도 보수 없이 이뤄진 작업이어서 출판사에서는 “꼭 고쳐야 할 부분만 간단히 알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김 씨의 마음에는 초보 번역자 시절의 작업물이 짐으로 남아 있던 차였다. 4300쪽에 이르는 책을 다시 들여다보는 데에는 꼬박 6개월이 걸렸다. “기존의 독자들을 생각해 최대한 덜 고치려고 했지만 결국 20% 정도는 뜯어고치게 되더라고요.”
최초 번역본에는 20년 전 김 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2001년 김 씨는 주인공 이름의 원문인 ‘Paul Atreides’를 원칙대로 ‘폴 아트레이데스’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책에는 ‘폴 아트레이드’로 표기됐다. 초보 번역자의 생각보다는 “게임 ‘듄’의 번역을 따라야 독자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일부 편집자들의 의견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당시 바로잡지 못했던 걸 이젠 베테랑이 된 김 씨가 마침내 고쳤다. 김 씨는 “부끄러운 대목도 있었지만 ‘제법 분위기를 살렸네’ 싶은 부분도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직도 원작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SF 소설 마니아였던 김 씨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기 전부터 ‘듄’ 시리즈의 명성을 알고 있었다. 손에 받아든 게 고작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기쁜 마음으로 덜컥 작업을 수락했다고 한다. 장장 3년에 걸친 번역 작업이 그렇게 시작됐다.
고된 작업이었지만 작품의 매력에 흠뻑 빠진 김 씨에게는 즐거운 경험이기도 했다. 김 씨는 “너무 일찍 태어나서 다른 행성을 못 가보는 게 한스러웠을 정도였다”며 웃었다. 1960년대에 쓰이기 시작한 작품임에도 환경과 여성 문제를 일부 다뤘다는 점이 김 씨가 꼽은 이 작품의 매력이다.
이번 신장판도 김 씨와 같은 마니아들이 발 빠르게 반응했다. 출간 1주일 만에 초판 3000세트가 전부 팔려 급히 증쇄에 들어갔다. 아직 ‘듄’ 시리즈를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김 씨는 이렇게 전했다.
“분량이 어마어마하지만 걱정 마세요. 1권을 읽어보시면 이어지는 시리즈는 술술 읽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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