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이 2월 들어 메이저 대회인 LG배에 이어 국가대항전 농심배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활짝 웃었다. 특히 두 번 모두 커제 9단(중국)을 꺾고 정상에 올라 기쁨은 배가 됐다.
신진서 9단은 지난 25일 온라인대국으로 열린 제2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3차전 13국에서 커제 9단에게 18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한국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18년 이후 2년 연속 중국에 뺏겼던 농심배 타이틀을 3년 만에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통산 우승 횟수도 13회로 늘려 8차례 우승을 차지한 중국과의 격차도 벌렸다.
한국 기원 관계자는 “농심배는 국가대항전 성격을 띠기 때문에 기쁨이 더 크다. 신진서 9단이 커제 9단을 꺾자 기원에 있던 바둑인들이 박수도 치고 크게 기뻐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우승이 커제 9단을 꺾고 이룬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크다. 커제 9단은 그동안 한국 기사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세계 대회를 지배했다. 지난해 11월 열렸던 삼성화재배에서도 커제 9단은 신진서 9단을 꺾고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커제 9단은 우승 후 “나를 증명하게 해줘 (신진서에게) 고맙다”며 신 9단을 자극하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감이 넘쳤던 커제 9단은 2월 들어 한국 기사들에게 애를 먹고 있다. 커제 9단은 지난 3일과 4일에 펼쳐진 LG배 결승 3번기 2, 3국에서 신민준 9단에게 패배, 1-2 역전을 당해 우승컵을 놓쳤다. 역전 패배가 분했던 커제 9단은 눈물을 흘렸고, 중국 바둑계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 농심배에서도 커제 9단은 신진서 9단에게 고개를 숙였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커제 9단이 3연패를 당한 것은 2017년 11월 이후 약 3년 3개월 만이다. 2017년 3연패 때 커제 9단은 저우루이양(중국), 신진서, 천야오예(중국)에게 차례로 패했다. 한국 기사에게만 3연패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둑계 관계자는 “커제 9단을 연속으로 꺾고 우승한 한국 바둑 입장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라며 “아마 커제 9단이 LG배 결승전에서 당한 충격의 여파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커제 공포증’을 이겨낸 한국 바둑은 계속해서 세계 메이저대회 정상에 도전한다. 신진서 9단은 춘란배와 응씨배 결승에 모두 올라 우승을 노리고 있다. 아직 결승 일정이 잡히지 않은 가운데 신 9단은 탕웨이싱 9단(중국)과 춘란배, 셰커 8단(중국)과 응씨배 우승을 다툰다.
신진서 9단은 농심배 우승 후 “응씨배와 춘란배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면 세계 일인자 자리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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