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에서 진짜 식구를 그린 배우들에게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윤여정 외에도 ‘제이컵 가족’을 그린 배우들이 뿜어내는 연기력과 이들의 개인사가 시너지를 일으켜 골든글로브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우 스티븐 연(제이컵 역·한국명 연상엽)은 극중 역할과 닮았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5살 때인 1988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지난해 5월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니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중간에 낀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우리 가족끼리 훨씬 더 끈끈하게 결속했고 그런 얘기가 영화에 잘 담겨 저도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들은 스티븐 연의 삶을 조명했다. 미국 미시건주에서 유년을 보낸 그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1학년 때 관람한 학내 극단 공연이 그의 진로를 바꿨다. 가족 반대를 무릅쓰고 로스쿨이나 의대 진학 대신 연기자의 길을 택한 그는 독립영화 ‘내 이름은 제리(My name is Jerry)’에서 조연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미국 AMC의 인기 드라마 ‘워킹 데드’에 출연해 배우로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영리하고 용감한 ‘글렌’ 역을 맡아 시즌1부터 7까지 비중 있는 역할을 소화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에 잇따라 출연하며 국내 영화 팬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배우 한예리(모니카 역)는 미나리로 전환점을 맞았다. 배우로서의 입지를 서서히 넓히고 있었던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우뚝 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재학 당시 영상촬영에 필요한 무용을 지도하다 우연히 영화에 발을 들인 그는 2005년 단편영화 ‘사과’로 데뷔했다. 이어 2008년 ‘기린과 아프리카’로 미쟝센 단편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했다. 2012년 영화 ‘코리아’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여러 작품에서 주연과 조연을 맡았던 그는 2016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로 주목 받았다. 그해 영화 ‘춘몽’으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최악의 하루’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30 여성층 팬덤을 확보한 드라마 ‘청춘시대’도 이때 선보인 작품이다. 미국 영화전문 매체 ‘골드 더비’는 “미나리의 성공 열쇠는 한예리”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그의 연기력을 호평했다.
영화 속 두 아역배우 앨런 김(데이비드 역)과 노엘 케이트 조(앤 역) 역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막내아들 역의 앨런 김은 미워할 수 없는 장난꾸러기 캐릭터 그 자체였다. 극중 자신을 놀리는 할머니 역할의 윤여정과 팽팽하게 대립하며 유쾌한 케미를 선보여 워싱턴 비평가협회 아역배우상 등을 수상했다. 연극부 활동을 한 노엘 케이트 조의 연기 역시 호평 일색이다. 실제 남동생을 둔 그는 큰 딸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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