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제18회 영랑시문학상 예심 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신동옥 시인, 김경복 문학평론가, 문현미 시인.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8회 영랑시문학상 본심에 오를 후보작이 선정됐다. 영랑시문학상 예심 심사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심사를 진행해 5개 작품을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영랑시문학상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언어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그의 시 세계를 창조적으로 구현한 시인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앞서 영랑시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신달자 시인)는 올해 운영 요강과 심사위원 위촉 및 심사 기준을 확정하고 예·본심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예심 위원인 김경복 문학평론가, 문현미 신동옥 시인은 등단 20년 이상 된 시인이 2019, 2020년 출간한 시집을 대상(기존 수상작 제외)으로 올 1월부터 15개 작품을 선정했다. 이 중 심사를 거쳐 5개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곽재구 시인의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마종기 시인의 ‘천사의 탄식’ △안상학 시인의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윤제림 시인의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이영춘 시인의 ‘오늘은 같은 길을 세 번 건넜다’이다(이상 작가명 가나다순).
곽 시인의 ‘푸른 용…’은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처음 시를 만난 유년의 기억과 매일 10편씩 시를 쓰겠다고 결심한 스무 살의 다짐을 되새기며 김소월, 윤동주 시에 대한 사랑을 풀어냈다. 예심 심사위원들은 “한국 서정시의 문법을 충일하게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마 시인의 ‘천사의 탄식’은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살고 있는 시인이 해외에서 쓴 시 54편을 묶었다. 해외에서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살아가며 느낀 일과 고국을 그리는 외로움 등을 담았다. “시선이 애잔한 동시에 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시인의 ‘남아 있는…’은 1962년생으로 환갑을 앞둔 시인이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생을 뒤돌아보는 시선을 담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소회도 녹였다. “흐름에 휩쓸려 사라진 듯 보이는 이들을 담았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윤 시인의 ‘편지에는…’은 인간다움에 대해 천착한 시인의 시선이 오롯이 담겼다. 담벼락에 붙은 광고 쪽지, 스쳐가는 뉴스의 사회면 기사 한 꼭지, 농담과 오해로 점철된 나날의 대화를 주목한다. “이야기꾼으로 천연덕스러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시인의 ‘오늘은 같은…’에는 일상에서 시를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시인의 면모가 담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감염병 시대의 풍경부터 철학·종교 이야기까지 다양한 소재가 담겼다. “예민한 촉수를 놓지 않는 미덕이 돋보인다”는 평이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다섯 작품을 읽는 기쁨은 아름다운 언어를 대면하는 설렘이었다”며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모자람이 없는 개성과 완성도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본심은 18일이며, 시상식은 다음 달 30일 전남 강진군 영랑 생가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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